복음주의 신학교 총장, 부차 거리에서 숨진 채 발견
피란민들 피신시키던 5대 밴, 도로에서 폭격 당해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북서부 소도시 부차. /EPA=연합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북서부 소도시 부차. /EPA=연합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신학교 총장과 피란민들을 돕던 자원봉사자들까지 목숨을 잃었다. 국제사회의 강도높은 비판에도 러시아의 만행은 연일 그칠 줄 모르고 있다.

12일 미국 크리스천헤드라인에 따르면 '키이우 슬라브 복음주의 신학교'는 최근 공식 페이스북에 "총장 비탈리 비노그라도프가 수도 키이우 외곽에 위치한 부차의 한 거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비탈리 총장은 러시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의 시신은 우크라이나가 5주 만에 러시아군을 부차에서 몰아냈을 때 발견됐다. 

신학교 측은 "우리의 친애하는 형제이자 기독교 지도자, 직원이자 훌륭한 동료가 부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며 "모든 마음의 고통을 표현할 단어가 없다. 우리 모두 이 땅에서 그를 몹시 그리워할 것이지만, 그의 삶이 영원히 계속된다는 사실에 기쁘다. 그가 많이 그리울 것"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주던 차량도 러시아군에 공격당했다. 현지 선교단체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피란민들을 싣고 체르니히우로 이동하던 5대의 밴 차량은 도로에서 폭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5대 중 폭격을 피한 건 한 대뿐이었다. 

이 차량들은 우크라이나 복음화를 위한 초교파 단체인 ‘POKLIK 협회’의 차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피란민에게 긴급구호품을 전달하고 건물 지하에 숨어 있던 사람들을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당시 폭격 현장 생존자인 쿠시니르 목사는 “기독교인 동역자들이 체르니히우에 있는 피란민들을 태우러 가던 중 폭격을 당했다”며 “2명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부상을 입은 2명은 병원에서 치료 중”이라고 전했다. 현지 언론도 “러시아군이 사람들을 대피시키려고 러시아 점령 지역으로 향하던 5대의 자원 봉사 차량을 폭격해 사람들을 사살했다”고 알렸다.

한편 현재까지 우크라이나 부차에서는 민간인 시신 200구가 발견됐으며, 그 중 일부는 대규모 묘지에 집단적으로 묻힌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롯한 여러 세계 지도자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 수하들이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며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한 피란민 여성은 최근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군인들이 부차의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큰 망치로 문을 부수고 남성들을 찾고 있었다"며 "아파트 밖에 있는 무덤에 4명을 묻고, 그 자리에 녹색 십자가를 그려 두었다. 그들 중 2명은 이웃이었고, 다른 2명은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4명 모두 러시아군의 기관총에 맞아 숨졌다"고 끔찍한 실상을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1일 유엔 연설을 통해 "(이번 전쟁의) 모든 관련 책임자들을 세계 2차대전 때와 같이 전쟁 범죄 혐의로 다스려야 한다"며 "러시아 군은 의도적으로 우리나라를 위해 봉사하고 있는 누구나 찾아서 죽이고 있다. 그들은 전체 가족, 형제, 자매를 죽이고 이들을 묻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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