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 국가정보기관 어디로 가야하나
감사원처럼 대통령 소속 하에 두되 준 독립기관으로 자리잡아야
정보요원들 활동 금지하는 국정원법, 활동촉진법으로 개정 필요
민주화가 빠른 속도로 진전되면서, 국가정보기관의 정치개입을 강요하는 생래적 한계는 이제 다 벗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국가정보기관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못하게 하는 족쇄를 풀어야 하는 단계에 와있다.
국제사회가 국경 없이 넘나들고 있어 감염병이 수일 내 전세계로 퍼지는 등 보건안보가 부상하고,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사이버안보가 부각되는 등 포괄적으로 안보가 위협을 받고 있다. 북한이 실질적 핵보유국으로 부상하면서 우리의 생명과 안전 또한 위협받고, 미·중간 패권경쟁으로 경제와 안보가 하나 되면서 경제안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국가정보기관의 중요성이 글로벌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국가정보기관이 조직적 문제를 털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이스라엘 모사드처럼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국가정보기관의 명칭과 존립 목적을 법에 명시해야 한다. 현 국가정보원법은 제1조에 조직, 직무범위 그리고 업무 효율성에 대한 내용 등 법의 목적을 규정하는 것으로 어설프게 시작한다. 하지만 명칭과 목적을 구분해 규정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제1조(명칭) 국가안전보장에 관한 국가정보를 수집, 분석, 관리하기 위한 기구로 국가정보기구(국정원)를 둔다. 제2조(목적) 국가정보원은 국가안보에 대한 총괄적 책임을 지고, 국가정보의 지속적 수집·분석·관리를 통해 국가안보 저해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고 국가의 생존과 번영에 기여한다. 이렇게 분리해 규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대통령 직속으로 되어 있는 국가정보기관의 소속과 위상 문제를 심도있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되어있는 조직체계는 전쟁시기나 국가건설기에는 매우 효율적이다. 하지만 국력이 성장하고 정치민주화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지금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 대통령 직속으로 지시와 감독을 받는다면 정치적인 바람을 탈 수밖에 없다. 게다가 5년마다 대통령이 교체되고 성격이 매우 다른 여야간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상황에서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감사원처럼 대통령 소속 하에 두되 준 독립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기관장의 임기가 보장되어 대통령과 여당의 눈치를 많이 살피지 않아도 된다.
셋째, ‘국가정보활동 금지법’이 되어 있는 현 국정원법을 정보활동을 북돋워 활동을 촉진하는 법으로 개정해야 한다. 국정원법 24개 조항 중 거의 반이 활동 금지나 위반시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직권남용죄의 경우 일반공무원과 달리 7년 이하의 징역과 자격정지에 처하고 미수범도 처벌한다고 가혹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래서야 정보요원들이 어떻게 창조적으로 정보활동을 할 수 있겠는가? 정보요원들의 활동을 금지하는 활동금지법이 아닌 활동촉진법으로 개정해야 한다.
국가정보기관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한 조직 차원의 조치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국제체제가 탈냉전에서 신냉전으로 전이되면서, 지정학적 안보위기가 고착화 되는 등 국제안보 및 정보환경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에다 푸틴의 유럽질서 변경을 위한 우크라이나 전쟁과 경제적 파장, 북한의 핵무장 완성,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경제와 안보의 일체화 등 국가안보 현실은 국가정보기관에 더 많은 역할과 책임을 주문하고 있다.
국가정보기관에 대한 국가 최고지도자의 명확한 인식과 함께 국민들의 신뢰와 사랑받는 기관으로 반듯한 자리매김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