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가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서 카드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롯데카드 광화문 사옥 전경. /롯데카드
롯데카드가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서 카드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롯데카드 광화문 사옥 전경. /롯데카드

신용카드 시장점유율 5위 롯데카드가 매물로 나오면서 카드업계가 인수합병(M&A) 이슈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KT 등이 잠재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누가 새 주인이 되는지에 따라 업계 순위의 대대적 지각변동이 예견된다.

12일 신용카드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보유지분 59.83%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카드를 인수한 지 3년 만에 차익 실현에 나선 것이다. 이미 다수의 업체와 비공개 접촉해 매각 가격, 조건 등을 교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롯데그룹은 지난 2019년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롯데카드의 지분 79.83%를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에 1조3810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이때 MBK파트너스가 1조원 남짓을 투자해 경영권을 확보했고, 우리은행이 20%의 지분율로 2대주주가 됐다.

현재 업계 안팎에서 거명되는 유력 인수 후보군은 우리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KT 등 3사로 압축된다. 이중 가장 유리한 위치를 점한 곳은 우리금융지주다. 마음만 먹으면 즉시 롯데카드를 품을 수 있다. 우리은행이 과거 컨소시엄 파트너였던 MBK파트너스로부터 경영권 매각 시 우선 인수권을 보장받은 덕분이다.

특히 우리금융지주는 2023년까지 비은행 계열사의 순이익 비중을 전체의 30%로 높인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롯데카드와 우리카드를 합병하면 업계 순위를 2위까지 끌어올려 목표 달성에 강력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카드사 시장점유율은 신한카드 21.2%, 삼성카드 18%, 국민카드 16.9%, 현대카드 16.8%, 롯데카드 10.3%, 우리카드 9.2%, 하나카드 7.6% 순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는 카드사보다 증권사나 보험사 인수에 더 관심이 많지만 매물이 없다는 게 함정"이라며 "롯데카드는 충분히 구미가 당기는 차선책"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의 참전도 예상된다. 2019년 당시 롯데카드를 차지하기 위해 MBK파트너스와 치열한 경쟁을 벌인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라도 인수에 성공한다면 하나카드는 최하위권에서 벗어나 단번에 업계 2~3위권 도약이 가능하다. 다만 롯데카드의 매각 가격이 만만치 않게 오른 점이 부담으로 작용해 발을 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후보인 KT는 롯데카드 인수전의 최대 다크호스다. 인수 의지도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회사인 비씨카드가 심각한 성장 한계에 직면해 롯데카드를 통한 재도약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지난해 비씨카드의 영업이익은 1074억원으로 꼴찌 경쟁 중인 하나카드(3436억원)의 31% 선이다. 영업수익의 80% 이상을 카드사용 결제망으로 얻고 있는데, 카드사들이 속속 자체망을 구축해 실적이 쪼그라든 탓이다.

특히 KT는 롯데카드의 주인이 돼서 얻을 메리트가 하나 더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의 시너지다. 현재 케이뱅크는 건전성 지표인 수신잔액에서 카카오뱅크는 물론 출범 1년차인 토스뱅크에도 뒷덜미를 잡혔다.

지난해 말 기준 3사의 수신잔액은 카카오뱅크 33조414억원, 토스뱅크 13조7900억원, 케이뱅크 11조5400억원이다. 하지만 케이뱅크가 롯데카드를 활용해 소매금융 역량을 키운다면 상장의 꿈을 이뤄 자본을 확충함으로써 대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모든 인수합병(M&A)이 그렇듯 롯데카드 매각의 관건도 가격이다.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의 가치를 3조원으로 보고 있다. 이를 대입한 59.83%의 지분가치는 약 2조원이다. 3년 전 매입가격 대비 1조원가량 오른 가격이다. 순이익이 2019년 517억원에서 지난해 2414억원으로 5배 가까이 커지며 수익성이 개선된 게 몸값 상승의 근거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다소 과도한 프리미엄이라고 지적한다. 주요 인수 후보와의 사전 접촉에서도 수천억원 대의 이견차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아직 롯데카드 인수에 공식적으로 관심을 표명한 곳이 없는 것도 가격을 낮추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MBK파트너스가 현재의 입장을 고수할 경우 인수전 장기화나 매각 불발의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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