훙치-22 실은 中 대형수송기, 베오그라드 민간공항에 착륙
미국 경고 무시하고 도입 강행...발칸반도서 또 다른 전쟁 우려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 소속의 Y-20 대형 전략수송기가 11일(현지시간)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 착륙하기 전 도시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중국은 이 수송기 편으로 세르비아군이 사용할 훙치(紅旗·HQ)-22 지대공 미사일을 운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르비아가 유럽에서 최초로 중국제 미사일 시스템을 운용하는 나라가 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의 불똥이 발칸 반도로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AP=연합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 소속의 Y-20 대형 전략수송기가 11일(현지시간)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 착륙하기 전 도시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중국은 이 수송기 편으로 세르비아군이 사용할 훙치(紅旗·HQ)-22 지대공 미사일을 운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르비아가 유럽에서 최초로 중국제 미사일 시스템을 운용하는 나라가 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의 불똥이 발칸 반도로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AP=연합

친(親)러시아 국가로 꼽히는 세르비아가 유럽 국가 최초로 중국제 지대공(地對空) 미사일을 들여왔다. 10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대형 전략 수송기인 윈(運·Y)-20 6대가 전날 오전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의 민간공항에 착륙했다.

세르비아군이 사용할 훙치(紅旗·HQ)-22 지대공 미사일을 실어 나른 수송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이나 러시아의 S-300 지대공 미사일과 비견되는 게 훙치-22다. 사거리가 S-300보다는 짧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AP는 세르비아가 유럽에서 최초로 중국제 미사일 시스템을 운용하는 나라라며, 이번 수송이 거의 비밀 작전이었다고 전했다.

세르비아는 수년 전부터 중국산 미사일 도입을 추진해왔다. 2020년엔 중국에서 대형 공격용 무인기(드론) 윙룽(翼龍·Wing Loong)-1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를 말리는 미국의 경고를 무시해 왔다. 세르비아가 유럽연합(EU) 등 서구의 동맹에 들어오고 싶으면 무기 장비 등을 서구 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게 미국 측 입장이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세르비아와 인접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미사일 수송을 위한 영공 통과를 거부한다며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세르비아는 나토 및 EU 가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나토에 대한 적대적 감정이 앙금처럼 남아 있다. 나토가 1999년 알바니아계 학살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세르비아를 공습한 역사를 세르비아는 잊지 못한다.

러시아와 중국제 무기로 무장한 세르비아가 발칸 반도에서 코소보 등을 상대로 또 다른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을 서구측이 경계한다고 AP가 전했다. 세르비아는 최근 유엔 총회의 러시아 규탄 결의안에 찬성했지만, 러시아에 대한 국제 제재엔 동참하지 않았다. 신뢰관계가 있는 러시아에게 자국 입장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한편, 서방세계로부터 완전히 따돌림을 당하지 않으려 필사적이다.

동·서양이 교차하고, 기독교·이슬람 문명이 엇갈리며, 슬라브족과 그 외 여러 민족이 이합집산하던 발칸반도는 100여 년전 1차 대전 당시 세계의 ‘화약고’가 되는 비극을 겪었다. 생존의 비법을 처절하게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또 다른 숙명의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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