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우물가(집)’ (1953). /연합
박수근 ‘우물가(집)’ (1953). /연합

서울미술관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근현대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기념 전시를 개최한다. 13일 첫 막을 올리는 ‘두려움일까 사랑일까 Fear or Love’에서 소장 작가 31명의 미술작품 140점을 선보인다(관람요금 9천∼1만5천원).

이중섭 ‘황소’(1953), 박수근 ‘우물가(집)’(1953), 도상봉 ‘정물’(1954), 천경자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1976) 등 걸작들이 전시된다. 이중섭의 작품들은 드로잉과 은지화·엽서화·유화 등 다양한 형식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박수근(1914~1965)의 ‘우물가’엔 "인간의 선함·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던 화자 자신의 평범한 예술관을 느끼게 해준다. 당대 유행하는 화풍과 동떨어진 독특한 개성의 그림을 그리며 평생 곤궁한 삶을 살았던 화가다. 박수근은 ‘기름장수’ ‘절구질하는 여인’ ‘고목과 여인’ ‘골목안’ ‘빨래터’ ‘시장의 사람들’ ‘아이 업은 소녀’ 등 모두 전형적인 서민의 삶을 담아냈다.

‘서민화가’로 불리는 그의 작품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 ‘최고가’ 명품으로 대접받는다. 김환기 ‘아침의 메아리 04-VIII-65’(1965), 도상봉의 ‘국화’(1973) 등은 서울미술관 최초 공개다. 김환기가 1970년 6월 일기에서 "뻐꾸기 노래를 생각하며 종일 푸른 점을 찍었다"고 언급한 ‘아침의 메아리’는 시각·청각이 뒤섞인 공감각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김창열·박서보·이우환·정상화 등 국제무대에서도 주목받는 단색화가들 작품은 따로 모았다. 300호 이상의 초대형 작품들도 관람할 수 있도록 전시가 이뤄진다.

인왕산 자락에 위치한 서울미술관은 의약품 유통기업을 운영하며 미술품을 수집해온 안병광 회장이 2012년 설립했다(누적 관람객 100만 이상).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별장인 석파정을 품은 공간으로도 유명하다.

안 회장은 오랜 세월 미술품을 수집하면서 경험한 감정과 뒷얘기들을 작품마다 ‘수집가의 문장’으로 기록했다. "미술이 인류애, 생명에 대한 존중, 창조의 이해를 가르쳐주지 않았더라면 오늘의 나는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과 함께 미술이 가진 생명력을 나누며 문화 백년대계를 염원한다." 안 회장의 말이다.

 
김환기 ‘아침의 메아리 04-VIII-65’(1965). /연합
김환기 ‘아침의 메아리 04-VIII-65’(1965).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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