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탄지 브라운 잭슨 판사, 청문회서 '위험한 성향' 노출
'성적 다양성 존중' 암시...평소 낙태권리 옹호하기도
문제의 본질 지적하는 국내외 언론 찾아보기 어려워

9명의 연방대법원 판사들. 종신제로, 권위와 신뢰의 상징이었으나, 근년 회의적 시각이 대두되며 임기제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미 연방대법원
미국 최초의 ‘여성흑인 연방대법관’ 케탄지 브라운 잭슨(52세) 판사. ‘급진좌파’라며 저항이 있었으나, 공화당 일부 반란표로 상원 인준을 통과했다.

케탄지 브라운 잭슨(52) 판사가 연방대법원에 취임한다. 53:47로 상원 인준을 통과했다. 233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흑인 연방대법관’이 나온 것이다. 종신직인 연방대법관은 사망 내지 자진 사퇴로 자리가 비어야만 새로 임명된다.

흑인으로서 3번째, 여성으로서 6번째, ‘흑인여성 최초의’ 연방대법관 탄생을 국내외 주요 언론들은 "새로운 물결" "역사적 순간"으로 보도했다. 다양한 인종·민족·문화를 아우르며 ‘통합성’을 이루는 미국이기에, ‘헌법’에 대한 존중과 합의가 각별히 중시된다. 1776년 건국 이래 전 세계 자유민주공화국의 틀을 만든 나라, 그 권위의 정점에 연방대법원 9명의 판사들이 있다.

국내외 언론 논조만 보자면, 마치 "진보성향" 잭슨 판사가 공화당 진영의 "좌파 몰이"를 이겨낸 듯하다. 간혹 "연방대법관 후보자 검증 절차의 소모적 정치화가 갈수록 심해지며 현실과 유리되고 있다"는 비판(머카우스키 의원)을 전할 뿐이다. 문제의 본질을 지적하는 보도를 찾기 힘들다.

잭슨 판사의 편향성은 ‘진보성향’ 한마디로 설명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녀의 기존 판결, 특히 인사청문회 답변을 간과할 수 없다. "여성(woman)을 정의해 보시라"는 요청을 받자, "난 생물학자가 아닌데요" 라고 답했다. ‘성적(性的)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의미라 논란이 일었다. 性은 천부적인 것도 남녀 양성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즉 LGBTQ의 Q(Qeer 성 정체성 불명) 내지 N(무한)젠더를 인정한다는 뜻이다. 거기엔 결혼·출산을 통한 가정, 그에 기반한 국가 및 사회 등 인류문명의 근간을 허무는 요소들이 내장돼 있다.

또한 "천부인권의 존재를 믿냐"는 질문엔 머뭇거리더니, "입장이 없다"고 답해 충격을 줬다. 미 헌법 기본정신의 부정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그녀의 편향성은 6월말 7월초쯤 떠날 스티븐 브라이어(84세)판사를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27년차 대법관 브라이어는 이른바 ‘오바마케어’(국민건강보호법) 무효화 소송을 기각한 판사다. 텍사스·루이지애나 주 낙태금지에 각각 ‘위헌 결정’을 내렸고, 2015년 동성애 결혼 합법화에 힘을 실었다. 그런 그에게 미 주류사회가 내린 평가는 ‘실용적 중도적 진보’였다. 잭슨 판사 역시 낙태권리를 옹호한다.

‘여성의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정책적 산아제한 역사를 겪은 우리나라에선 실감이 적지만, 기독교 정신으로 출발한 미국은 ‘생명에 대한 가치관’의 문제로 ‘낙태’ 이슈를 다룬다. 그 자체를 범죄로 볼 것인가, 임신 몇 개월째를 ‘살인’으로 볼 것인가 등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는다. 주 마다 법적 기준도 다르다.

잭슨 판사의 이름 ‘케탄지Ketanji’는 아프리카 식이다. 어릴 때 서부 아프리카 전통의상 ‘다시키’를 자주 입었다고 한다. 아버지(변호사) 어머니(교사)로부터 남다른 아프리카 정체성을 키웠음을 짐작하게 한다.

하버드대에서 행정학을 하고, 잡지 타임즈의 기자 겸 연구원(1992~1993)로 일하다 하버드대 로스쿨에 진학했다. 워싱턴DC의 로펌을 거쳐 브라이어 대법관의 재판연구원(1999~2000)을 지냈으며, 이후 국선변호인 경험도 쌓는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미국양형위원회’ 부위원장, 2012년 워싱턴DC 지방법원 판사로 지명됐다. 잭슨 판사의 대법관 취임은 미국사회의 정신적 향방에 장기적이고 심원한 영향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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