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조우석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노빌은 끔찍한 원전 사고의 대명사다. 1986년 조작 미숙으로 인한 그 사고로 인해 원자로 반경 30㎞ 이내 수십만 명이 소개(疏開)됐고, 유럽 광범위한 지역까지 오염됐다. 이후 20년이 다 된 2005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피해보고서를 발표했다. 피폭된 응급요원 28명이 사망했고, 그 여파로 갑상선암에 걸린 4천 명의 생존율이 99%나 됐다는 요지다. 대참사이지만 뜻밖에도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출산율 감소나 선천적 기형 증가 같은 최악의 비극은 없었다는 점도 눈에 띄였다.

선입견이 조장한 사회적 공포가 문제이지, 현실은 또 다르다는 뜻인데, 이후 11년 영국 ‘텔레그라프’ 후속 보도도 그쪽이다. 아니 대반전이다. 소개 지역에 카메라를 설치 관찰했더니 갈색곰을 비롯해서 스라소니 등 포유류 그리고 멸종위기종 조류까지 번성했다. 공교롭게도 ‘텔레그라프’ 보도 이틀 뒤 국내의 좌파 신문도 체르노빌 기사를 썼는데, 제목이 뭔지 아시나? "30년 흘렀어도 처참한 불모의 땅 체르노빌"이었다. 사고 이후 태어난 아기들은 높은 암 발병율에 기형과 희귀암도 많다는 식의 궤변 일변도였다. 문재인 정권이 원전 괴담을 가지고 지난 5년 탈(脫)원전 장난질을 쳐왔지만, 훨씬 이전부터 좌빨은 그런 짓거리에 몰두해왔다는 뜻이다. 정확한 사실과 과학에 앞서 사회적 공포를 확산시키고, 그걸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짓거리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금 대통령직 인수위가 그런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아 보인다. 얼마 전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인수위는 해양수산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일본 후쿠시마 방류수에 대해 문재인 정권의 방침을 그대로 유지해 ‘강력대응’하겠다고 선포했다는 것이다.

원 세상, 새 정부가 섣부른 민족감정에 휘둘리고 있다는 징후다. 그거 아니다. ‘사단법인 사실과과학네트웍’ 등 시민단체가 발표한 성명서가 맞는데, 방류수는 전혀 문제없다. 후쿠시마 방류수를 하루 2리터씩 5년 마신다고 해도 엑스레이 한 번 촬영할 때만큼의 방사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수위는 알까? 중국 친샨원전에서 서해에 흘려내보내는 방류수가 훨씬 위험하다. 그런데도 멀쩡한 일본에만 핏대 세운다? 탈원전을 결심했다면, 그 어리석고 못난 일본 혐오를 윤석열 정부가 되풀이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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