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
아브라함

한국이 1962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가난한 나라에서 2010년 세계에서 12번째로 부유한 나라로 된 이유는 무엇일까. 내 의견이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16년을 살았기 때문에 적어도 내 의견을 말할 권리는 있다고 생각한다.

2006년 일산에는 외국인 수가 적었다. 여기저기, 드문드문 몇 명씩 보였을 뿐이다. 일산에서 만난 한국인들 가운데, 외국인을 만나거나 심지어 본 적 없는 사람도 있었다. 가끔 TV에 외국인들이 나와도 그들의 삶에 깊숙이 들어가 보여주지는 않는다.

한국인들은 나를 만나는 것을 흥미로워하고 나 또한 그들 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그 가운데 한 명이 김씨 성을 가진 형님이다. 역시 김씨인 나의 친구가 소개해준 이 형님은 나보다 15살이 더 많았다. 며칠 동안 나와 내 친구와 어울려 시간을 보낸 형님은 나를 ‘정신적으로 입양’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나를 보살펴 주고 지도해 주겠다고 했다.

그런 다음날 형님은 내게 전화를 했다. "좋은 아침, 밥 먹었어?" 내가 대답했다. "네. 먹었어요." 그날 오후 나와 만난 형님은 또 물었다. "밥 먹었어?" 난 또 대답했다. "네. 먹었어요." 그리고 그날 저녁에도 전화를 걸어 같은 질문을 또 했다."저녁 먹었어?"

나는 궁금해졌다. 도대체 이 형님은 나의 뱃속 사정 외에는 관심이 없는 걸까? 왜 다른 것은 물어보지 않는 거지?

다음날 형님은 내가 사는 아파트에 왔다. 내 침대, 옷장, 부엌을 일일이 확인하고 심지어 냉장고 문을 열어 내가 무엇을 먹고 사는지 확인했다. 그리고는 말했다. "아브라함, 이 기름진 음식은 먹지 말아." "이 밥솥은 사용하면 위험해." 누가 내 사생활에 일일이 간섭할 권리를 주었지? 이건 옳지 않아.

형님의 행동에 대해 친구에게 항의했다. 친구는 형님 세대에는 밥을 먹고 사는 것이 큰일이었기 때문에, 배를 곯지 않는지 묻는 것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이라는 등 다양한 설명을 해줬다. 그 말을 듣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며칠 후 거리를 걸어가는데 어떤 여자분이 나를 불러 세우더니, 혹시 건강에 문제가 있는지를 물었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지나가는 할머니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다. 의료 자원봉사를 나온 분들이었다. 나는 놀랐다. 내 가족도 내게 이렇게 관심을 쏟지는 못할 것이다.

내 생각에는, 밥 먹는 걸 걱정하던 과거를 잊지않는 마음이, 외국인 건강까지 염려하는 넉넉한 나라 한국으로 발전하게 된 힘이 되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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