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CVN-72·10만t급)가 동해에 들어온다. 미 항모의 동해 진입은 2017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4년 5개월 만이다. 당시 6차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시험발사 등 북한의 대형 군사도발이 잇따랐다. 최근 한반도 정세가 당시와 유사하다. 북한은 ICBM을 이미 발사했고, 4월 15일은 김일성 생일 110주년, 25일은 인민군 창설 90주년이다. 북한의 7차 핵실험·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의 전략적 도발이 예상된다. 미 항모 강습단은 동해 공해상에서 닷새 정도 체류할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 해상에 있던 링컨호는 지난달 15일 대북 경고 차원에서 함재기 F-35C를 서해까지 장거리 출격시킨 바 있다. 항모의 길이는 332.85m, 비행 갑판과 선체 폭은 각각 78.4m, 40.84m이며 높이는 62.97m다.

링컨호의 동해 진입은 상반기 한미연합훈련의 사전훈련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CMST)과 맞물려 있다. 한·미 양국은 15일까지 CMST를 진행한다. 이 훈련은 전쟁 발발 전의 돌발사태를 적절히 관리하여 위기 발생 이전의 상태로 돌려놓는 방안을 점검한다. 한국 합동참모본부가 주도한다. 한·미는 이 사전훈련이 끝나면 18∼28일 본훈련인 연합지휘소훈련을 한다. 이 기간 동안 한국 해군과 미 항모강습단 간 연합훈련은 하지 않는 것으로 일단 결론이 난 것 같다.

북한의 대외전략은 ‘위기 조성’이 기본이다. 위기를 저·중·고강도로 끌어올려 군사·외교적 우위를 도모하고, 이어서 화해 국면으로 진입해 경제 이익을 챙기는 패턴이다. 북한이 최근 ICBM을 쏘았으니 중강도 수준을 넘어 고강도로 진입했다. 앞으로 핵실험과 ICBM 발사를 한 두 번에 그치지 않고 잇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북한의 고강도 도발도 과거와 달리 ‘약발’이 안 먹힐 수 있다. 한·미 양국이 강력한 군사력으로 북한을 억지(deterrence)할 뿐 북한이 원하는 협상에 응해주지 않는 전략이다. 북한이 핵폐기로 가는 의미있는 프로세스에 진입하면 그때 가서 협상하면 된다. 지금은 ‘힘에 의한 평화’를 북한에 인식시킬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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