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규
손태규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세계 장악 기회로 삼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이 필요하다. 미국·유럽은 갈팡질팡 이다. 인도·중동은 서방과 거리를 둔다. 모두 전쟁 때문. 중국은 전쟁의 역학관계를 활용하며 전략목표를 실행 중이다. 공급망 지배, 달러 평가절하, 기축통화 이동, 이슬람 국가 장악, 나토 견제 등. 세계 힘의 질서가 서방을 만만하게 보는 중국 쪽으로 기운다.

러시아 외무장관은 최근 중국에서 왕이 장관을 만난 뒤 "우리 관계는 사상 최고다. ‘거대한 유라시안 동반관계’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란 핵협정 협상에서 러시아·이란과 동맹을 형성했다. 냉전 때도 러시아와 분열·대립이었으나 지금 러시아를 돕는다.

중국은 러시아 침공을 미리 알았다. 블라디미르 푸틴이 시진핑에게 알려주었다. 시진핑은 올림픽 뒤로 ‘작전’ 연기를 요청했다. 이런데도 미국은 푸틴을 막을 유일한 인물로 시진핑을 꼽았다. 양국은 6차례 회담을 했다.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국경 병력 배치 등 미국이 준 정보를 그대로 러시아에 건넸다. 어리석은 미국이 전쟁을 부추긴 꼴. 중국은 제재는커녕 비난도 안 한다. 전쟁 직후 러시아 밀·보리 수입을 허용했다. 간접지원이다.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중국 양제츠와 3월 로마에서 만나 러시아 저지를 부탁했다. 며칠 뒤 바이든이 시진핑과 통화했다. 모두 헛일. 중국 항모 산동호는 통화 직전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정상회담 전의 있을 수 없는 결례다. 중국은 바이든을 그만큼 우습게 본다.

미국·EU는 녹색에너지에 매달리며 중동국가를 홀대했다. 중국은 그 틈을 파고들었다. 자연에너지에 의존하는 미국·유럽보다 원유를 사는 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게 더 반가운 존재. 전쟁은 사우디 입지를 강화했다. 러시아 석유공급이 잘 안되면서 원유 값이 뛰었다. 가격 안정을 위해 생산량을 늘려 달라는 EU 요청을 사우디는 거절했다. 대신 중국에게 석유 값을 위안으로 지불하라고 제안했다. 위안 결제는 위안이 달러만큼 중요한 국제결제 수단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위안이 달러를 대체할 수도 있다. 시진핑은 5월 사우디에 갈 계획. 전쟁 때문에 양국은 더 가까워졌다.

전쟁 중 중국 외교는 전방위다. 국경 분쟁 적국 인도에 손을 뻗쳤다. 왕이는 3월 러시아 석유를 수입하는 인도에 갔다. 양국은 러시아 제재를 하라는 서방 압력을 거부했다. 앞서 왕이는 아프가니스탄에 가 경제지원을 약속했다. 파키스탄의 ‘이슬람 국가 외무장관 회의’에도 참석했다. 중국은 러시아·인도네시아 등 7개국이 참석한 ‘아프간 인접국 외무장관 회의’도 중국에서 열었다. 시진핑은 "아프간을 위해 이웃나라들이 노력해 달라"고 했다. 이슬람 국가들을 이끌겠다는 의지다. 모택동의 ‘제3세계론’을 실천하는 모습. 미국이 아프간을 버린 후폭풍이다. 중국은 솔로몬 제도와 "중국 경찰 등 병력들이 솔로몬의 보안 업무를 맡는다"는 협정을 맺었다. 태평양 장악의 야심이다, 솔로몬은 "중국 군사기지 설치 허용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미국·호주 등의 충격은 크다.

중국은 세계 누구도 겁내지 않는다. 전쟁 원인을 나토에 돌리며 "나토가 있는 한 유럽·세계 평화는 없다"고 비난했다. 미국 약점도 간파하고 있다. 미국 금융·기술산업 기득권들은 중국의 독재정치·정책을 돕고 있다. 이들은 러시아 제재엔 적극이었으나 중국을 혼내는 일은 하지 않는다. 중국시장의 이익을 버릴 수 없기 때문. 미국 각계는 중국 돈에 목을 맨다. 중국이 오만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러시아·이란과 함께 북한을 밀며 한국을 압박할 것이다. 중국에 속수무책인 바이든 정부를 동맹 동반자로 믿기 어렵다. 한국 국민·정부 모두 중국에 홀로 맞설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