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이는 세계 속의 K클래식 연주자들
김서현 플루티스트, 덴마크 칼 닐센 콩쿠르 2위...취리히 필하모니 '수석'
김한 클라리네티스트, 취미로 시작해 핀란드 방송교향악단 '부수석' 활동

플루티스트 김서현(21). 2020 킬 닐센 국제콩쿠르 2위에 빛났다.
플루티스트 김서현(21). 2020 킬 닐센 국제콩쿠르 2위에 빛났다.
클라리네티스트 김한(26). 2019년 독일ARD 국제음악콩쿠르 공동2위에 올랐다.

플룻·클라리넷·오보에 등 관악기들은 피아노·바이얼린·첼로에 비해 낯선 듯 하지만 의외로 가까이 있다. 영화 ‘미션’(1986년)의 인상적인 멜로디가 가브리엘 신부의 ‘오보에’로 연주됐다(이 선율에 훗날 가사를 입혀 ‘넬라 판타지아’로 불린다). 같은 엔리코 모리코네 작곡의 ‘시네마 천국’(1988년) 주제곡 ‘사랑의 테마’에선 클라리넷과 플루트를 썼다. 이들 관악기는 좀 나이 들어 시작해도 핸디캡이 피아노다른 클래식 악기보다 적다. 다만, 국제무대에서 인정받는 한국 피아니스트·바이올리니트가 한 손으로 세기 어려울 만큼 많아지는 동안 관악기 부문은 취약했다. 한국인들이 신체적으로 관악기에 약하다는 평판마저 있었다. 오케스트라에선 현악기들의 존재감이 강하지만, 관악기 쪽은 작은 실수도 크게 두드러진다. 우리나라 주요 교향악단이 연주 품질을 높이기 위해 외국인 관악기 주자들을 기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앞으론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플루티스트 김서현(21)이 11일(한국시간) 덴마크 오덴세에서 폐막한 2022 칼 닐센 국제음악콩쿠르 플루트 부문 2위를 차지했다. 오덴세 심포니 오케스트라상, 주니어 심사위원 특별상 등 2개 부문 특별상도 받았다. 이 콩쿠르는 덴마크 출신 작곡가 ‘칼 닐센’(1865~1931)을 기리는 경연대회다(1980년 창설). 총 4개 부문(바이올린·클라리넷·플루트·오르간)으로 매년 번갈아 개최하다가 2019년부터 3년마다 3개 부문(바이올린·플루트·클라리넷)이 동시에 열린다.

김서현은 2014년 플루트 부문 3위에 오른 박예람에 이어 두 번째 한국인 수상자다. 2013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 국내외 다수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2016년 프랑스 파리국립고등음악원 심사위원 만장일치 수석 합격(필리프 베르놀트 사사),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의 플루트 수석을 거쳐 지난 1월부터 스위스 취리히 필하모니아 플루트 수석으로 있다.

2010년대부터 다양한 악기의 영재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클라리넷 신동’ 출신 김한(26) 역시 대표적인 경우다. 취미로 시작했으며 학력도 특이하다. 중학교 때 싱가포르 유학, 이후 영국에서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생처럼 공부와 스포츠를 즐기며 컸다. "악기에만 몰두했으면 연주스킬이 더 좋아졌겠지만, 인간적인 부분에선 많이 부족하지 않았을까 해요." 어려서 ‘신동’으로 불리다 잊혀지거나, 기교적인 부분은 탁월하나 ‘표현력’ ‘깊이’가 부족한 사례와 대비된다. 그래서 진정한 거장들은 음악영재들에게 인문학 소양을 강조한다.

김한이 자신의 흥미·재능을 발견한 계기는 초등학교 2학년 때 리코더였다. 클라리넷을 만나자마자 빠르게 실력을 키웠다. 11세 때 금호영재콘서트 독주회(2007년)로 데뷔, 각종 콩쿠르를 휩쓸며 본고장 유럽의 편견(‘아시아인은 관악기를 못 분다’)을 깨는 주역이 됐다. 2019년 9월엔 독일 ‘제68회 ARD 국제 음악콩쿠르’ 클라리넷 부문 공동 2위를 차지해 또 한번 주목받는다(청중상 헨레특별상까지 수상). 2018년 이래 핀란드 방송교향악단 클라리넷 부수석으로 활동 중이다.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이 세계적인 여러 오케스트라에서 활약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상을 향해 열린 세대를 키워냈다는 뜻이다. 김한은 오보에 연주자 함경(25)과 함께 있는 핀란드 방송교향악단의 분위기를 매우 만족스러워한다. 플루트 등을 더한 목관 앙상블 ‘바이츠 퀸텟’ 멤버로 활약하는 등 실내악에도 관심이 많다. 우리 클래식음악계의 취약 지점인 목관악기 분야를 이끌 귀한 인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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