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환
최성환

마치 내 몸의 건전지가 방전된 듯, 스위치가 내려진 듯, 모든 것이 멈추고 혼란감에 빠져들면서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분명 내 몸 어딘가에 이상이 생긴 것 같고, 이전의 상태로 돌아올 것 같지 않다. 저녁이 다가올 때마다 절망감에 휩싸여 멍한 상태로 있게 되는데, 아무도 그 이유를 설명해 줄 사람이 없다. 상태가 안 좋을 때는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다. 다리에 마비가 온 것도 아닌데 기운이 없어 일어나 걷기도 힘들다. 숨쉬기조차 어렵다. 온몸이 아파 움직일 기운이 없는데, 혹시 이것이 영구적인 상태로 고착되지 않을까 두렵다.

신경과에서 말하는 근육통성뇌척수염(筋肉痛性腦脊髓炎: myalgic encephalomyelitis)이라는 질병이다. 정신과에서 먼저 발견되었기에, 그 원인을 심리적인 것으로 보고 만성피로증후군(慢性疲勞症候群 :chronic fatigue syndrome)이라 이름지었다. 그러나 연구가 거듭될수록, 심리적 원인뿐 아니라 신체적 결함으로 인해 발생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즉 만성적 피로와 무력감에 빠지는 이유를 특정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나타나는 증후군으로 보았다.

이후 세계 여러 곳에서 집단적으로 만성피로환자가 발생하였기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만성피로증후군은 최소 6개월 무기력감과 함께 지속되는 피로를 느끼는 증후군을 질병으로 명시하여 부르는 통칭이다. 앞서 말했듯이, 신경과에서 말하는 근육통성뇌척수염과 이름만 다를 뿐 같은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1700만명-2400만명 정도가 만성피로증후군 진단을 받았으나 실제 고통받고 있는 환자는 그 2배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많이 발생하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혼자 고통을 이겨내려 하니 환자들의 좌절감이 크다.

이 질환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부족하므로 관계당국에게 호소해도 "드문 사례일 뿐"이라며 관심을 갖지 않는다. 오래된 질병이지만, 최근 코로나 팬데믹 및 백신 접종 이후 유사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새삼 관심을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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