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7함대 소속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CVN-72·10만t급). /연합
미7함대 소속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CVN-72·10만t급). /연합

북한이 4월 들어 김일성 생일 110주년을 비롯한 주요 명절 전후로 군사도발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 국방부가 미국 측의 한·미·일 연합해상훈련 실시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3국 해상연합훈련이 무산됨에 따라 미7함대 소속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CVN-72·10만t급)과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함정들과 함께 동해 공해상에서 연합훈련을 실시하는 등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14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미군은 이달 15일 김일성 생일 110주년과 25일 조선인면혁명군 창설 90주년 등을 계기로 북한의 핵실험 등 전략적도발 가능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경고 차원으로 동해 공해상에서 일본과의 연합훈련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미측은 항모강습단과의 연합해상훈련을 우리에게도 요청했지만 우리 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우리 군은 미측의 한미일 3국 연합해상훈련 실시 요구에도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북한이 지난달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이후 추가 도발에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굳이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한미는 핵실험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향후 ‘중대 도발’에 나선다면 미 전략자산을 한반도로 전개하는 등 양국이 연합대응을 한다는 계획은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미 7함대는 전날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미일연합해상훈련 사진을 공개하며, 핵실험 준비 동향이 포착된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제7함대 사령부에 따르면 링컨호를 비롯해 항모호위전단 세력인 미사일 순양함 모바일베이함(CG-53), 이지스 구축함 스프루언스함(DDG-111)은 전날 일본 해상자위대(JMSDF) 소속 유도미사일 구축함 곤고함(DDG-173), 이나즈마함(DD-105)과 함께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양국 해군은 동해 공해상에서 편대를 이뤄 항해했으며, 링컨호의 함재기인 F-35C 스텔스 전투기와 E-2D 호크아이 항공통제기 등도 출격해 자위대 전투기들과 동해 공해 상공을 편대 비행했다. 이번 훈련에 대해 7함대는 "양국 해군의 작전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을 유지한다는 미국의 약속을 동맹국들과 파트너들에게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이번 훈련을 통해 대중 견제뿐만이 아닌 북한에 대한 무력시위 성격을 강조하며 대북 억지력을 보려주려는 의도를 연출했다. 하지만 이는 곧 일본의 한반도 영향력 확대로 직행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우리 군의 3국 해상연합훈련 거절로 일본에 대한 미국의 기대가 더욱 커졌으며, 일본은 한반도 유사시 위기관리 및 통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다는 의지를 미국에 보여줬다는 평가다. 반면 우리 군은 현 정권의 눈치를 보며 대북전략 차원의 일관된 압박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곧 동맹 간의 신뢰는 물론, 유사시 한반도 운명을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가늠자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한미는 지난 12일부터 오는 15일까지 사전훈련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CMST)를 진행하며 오는 18∼28일에는 연합훈련의 본훈련인 연합지휘소훈련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반도 안보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일 관계를 이유로 한미일 3국의 해상 연합훈련을 거절한다는 것은 한반도 위기관리 책임을 양도하겠다는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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