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총재 공석 상태에서도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 1월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기준금리를 올렸다./연합
한국은행이 총재 공석 상태에서도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 1월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기준금리를 올렸다./연합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총재 공석 상태에서도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 1월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기준금리를 올린 것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4일 오전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1.25%인 기준금리를 1.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앞서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020년 3월 16일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에 나섰고, 같은 해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포인트나 기준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이후 무려 아홉 번의 동결을 거쳐 지난해 8월 26일 마침내 15개월 만에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며 이른바 ‘통화정책 정상화’ 시작을 알렸다. 기준금리는 같은 해 11월과 올해 1월, 그리고 이날까지 약 8개월 사이 0.25%포인트씩 네 차례에 걸쳐 총 1.00%포인트 올랐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총재 부재,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경기하강 우려 등에도 불구하고 전격적으로 추가 인상을 결정한 것은 무엇보다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이 방치하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날 기준금리 인상은 6명의 금융통화위원 ‘전원 일치’로 의결됐다. 통화 완화를 선호하는 대표적 비둘기파인 주상영 의장 직무대행은 개인 의견을 개진하지 않은 채 기준금리 인상에 표를 던졌다.

주 대행은 기자회견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커짐에 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주 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의 높은 흐름을 보이면서 연간 상승률도 2월 전망 때 한국은행이 내놓은 3.1%를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2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각각 3.0%, 3.1%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경기 진단으로 미뤄 향후 수정 전망에서 성장률은 낮추고 물가 상승률은 높일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통화위원회의 이번 기준금리 인상 결정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한꺼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전까지 한국의 기준금리는 미국보다 0.75∼1.00%포인트 높은 상태였다. 하지만 미 연준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빅스텝을 밟고, 이후 몇 차례만 0.25%포인트 또는 0.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높여도 수개월 사이 미국이 더 높은 상태로 역전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었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 수준이 미국과 같거나 높더라도 차이가 크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과 급격한 원화가치 하락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금융통화위원회 입장에서는 지난해 8월 미국 등 주요 선진국보다 선제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지만 다시 격차를 더 벌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선언한 새 정부와의 정책 공조도 고려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앞서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하며 "4%대 물가 충격에 대응할 뿐 아니라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원회가 물가 안정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선언한 만큼 정책 공조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그만큼 은행 등 금융기관의 조달비용이 늘어나고, 결국 금융기관이 소비자에게 적용하는 대출금리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대출자의 이자부담은 3조3000억원가량 늘어난다. 특히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커 다중채무자나 20·30 세대,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과 ‘영끌’(영혼을 끌어모아 대출)족, ‘빚투’(빚을 내서 투자)족 등을 중심으로 채무 상환 부담 가중과 소비 위축 등 타격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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