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A급 선수 차출 두고 야구인·구단 간 대립 양상

허태정 대전시장(오른쪽)이 지난 10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와 한화-KT 경기를 관람하며 이야기하고 있다. /대전시
허태정 대전시장(오른쪽)이 지난 10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와 한화-KT 경기를 관람하며 이야기하고 있다. /대전시

야구인 출신으로는 최초로 한국야구위원회(KBO) 수장에 오른 허구연 총재의 조정 능력이 첫 시험대에 올랐다.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야구 대표팀 와일드카드 선발 논란을 잠재우는 일이 허 총재의 당면 과제가 됐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불투명한 선수 선발 기준 탓에 한국 야구대표팀은 대회 전후로 큰 홍역을 치렀다.

팬들의 비판을 수용한 KBO 사무국은 오는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땐 만 24세 이하 또는 프로 입단 3년 차 이하 선수들 위주로 대표팀을 꾸리겠다고 약속했다.

아시안게임을 위한 KBO리그 중단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부족한 포지션에 나이와 연차에 상관없는 와일드카드 3명을 뽑기로 프로 10개 구단과 KBO 사무국이 결정하면서 돌발 변수가 생겼다.

‘어느 급’의 선수를 와일드카드로 선발해야 하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자칫하다간 와일드카드 선발의 투명성과 공정성 논쟁으로 번질 수 있다.

몇몇 구단 단장들에 따르면, 10개 구단 단장들은 실행위원회에서 선수 이름값에 구애받지 않고 대표팀의 요청이 있으면 해당 선수를 와일드카드로 대표팀에 보내주기로 합의했다.

구단별 와일드카드 차출 최대 인원도 정했다. 다만, 어느 정도 수준의 선수를 파견할지는 논의하지 않았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 등 대표팀 관계자들은 당연히 육성과 성적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특급 또는 A급 선수를 와일드카드로 선호한다.

하지만, 일부 구단은 실행위원회 합의를 인정하면서도 KBO리그가 아시안게임 기간에도 벌어지는 점을 고려해 투타의 기둥 선수를 항저우로 보내기는 어렵다고 항변한다.

지난 9일 KBO 사무국이 발표한 항저우 아시안게임 예비 엔트리 172명 중 와일드카드 대상은 김광현(SSG 랜더스), 양현종(KIA 타이거즈), 양의지(NC 다이노스) 등 27명이다.

와일드카드 선발 기준을 두고 현재 야구인들은 물론 구단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다.

잃어버린 팬들의 신뢰를 되찾겠다는 취지로 이번 대표팀을 젊은 선수를 주축으로 구성하겠다고 KBO 사무국이 공언한 만큼 이들을 대표팀의 간판으로 내세우는 게 대원칙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럴 경우 와일드카드는 젊은 선수들을 뒷받침할 베테랑이면 충분하다.

일본 실업 야구와 대만 프로 선수들과 실력을 겨뤄 KBO리그 기대주들의 국제 경쟁력을 냉정하고 정확하게 판단할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그 관심과 열기를 KBO리그로 이어가야 한다는 당위성에도 일리가 있다.

아시안게임은 내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프리미어 12로 이어지는 릴레이 국제대회의 첫 이벤트다.

한국 야구의 현재와 미래, 대표 선수 육성과 팀 성적, 선수 구성의 당위성과 팬 여론, 야구인과 구단의 처지 등 여러 사안을 동시에 생각해야 하는 허 총재가 조정 능력을 발휘해야 할 때가 곧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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