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에 지명된 레이얼 브레이너드 미 연준 이사는 좀 더 중립적인 기조로 신속하게 도달해 앞으로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지 내릴지 선택권을 갖는 것이 낫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지난 1월 14일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발언하는 브레이너드 이사. /연합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에 지명된 레이얼 브레이너드 미 연준 이사는 좀 더 중립적인 기조로 신속하게 도달해 앞으로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지 내릴지 선택권을 갖는 것이 낫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지난 1월 14일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발언하는 브레이너드 이사. /연합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 나서면서 기준금리를 중립금리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을 부추기지도, 디플레이션을 유발하지도 않는 수준의 금리를 말한다. 중립금리는 경제적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이론상의 정책금리라고 할 수 있다.

중립금리가 각국 중앙은행들의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우크라이나 사태의 여파까지 더해지면서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시대’로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에 따르면 OECD 38개 회원국의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7%로 걸프전 직전인 1990년 12월 이후 31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터키는 물가 상승률이 54.5%로 OECD 회원국에서 가장 높았다. 리투아니아(14.2%), 에스토니아(12.0%), 체코(11.1%)는 두 자릿수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주요 20개국(G20)과 주요 7개국(G7)의 물가 상승률은 각각 6.8%와 6.3%로 나타났다.

G7에서는 인플레이션이 40년 만에 최고치에 달한 미국(7.9%)을 필두로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독일 등이 5%를 넘겼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물가 상승률 목표치 2%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2월 물가 상승률은 3.7%로 OECD 38개국 가운데 32번째를 기록했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수십년 만에 맞은 인플레이션의 고삐를 잡기 위해 앞다퉈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다. 캐나다와 뉴질랜드는 최근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0.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미국도 5월에 비슷한 조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가 최악 수준의 인플레이션 시대에 들어섬에 따라 주요국 통화정책에서 중립금리 달성이 최대 목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주요 인사들이 다음달 3∼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통화정책 회의를 앞두고 기준금리를 신속하게 중립 기조로 되돌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11일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중립 설정으로 가지고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튿날인 12일엔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우리에게 있어 가장 좋은 금리 경로는 빨리 중립 범위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 연준 부의장에 지명된 레이얼 브레이너드 미 연준 이사도 "좀 더 중립적인 기조로 신속하게 도달해 앞으로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지 내릴지 선택권을 갖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미 연준 주요 인사들의 이 같은 중립금리 발언에 주목해야 하는 것은 미 연준의 행보가 한층 더 긴축에 무게를 싣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중립금리는 2.25∼2.5%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0.25∼0.50%인 미국의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이 수준에 도달하려면 올해 남은 6번의 FOMC 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이 2회 필요하다. 그만큼 더 빠른 속도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중립금리에 대한 논의가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중립금리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는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으로 미 연준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이날 "경기가 회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도 적절한 조정을 통해 물가 안정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일단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을 시사한 대목이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한국은 한 번에 0.25%포인트 이상의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조정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한국의 빅스텝 가능성에 선을 그은 것이다. 그러면서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될 소지가 있다"며 일시적으로 한미 간 금리 역전도 허용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

한마디로 향후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가장 신경쓸 부분으로 물가가 꼽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의 방역조치 강화 등으로 성장의 하방 위험이 동시에 증대되고 있는 만큼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 위험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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