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보잉787-9. /연합
대한항공 보잉787-9. /연합

4월을 맞아 항공업계에 완연한 봄기운이 감돌고 있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비어있던 좌석이 여행객들로 채워지고 있고 썰렁했던 공항도 활기를 되찾았다. 해외입국자 격리 면제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엔데믹 전환으로 그동안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폭발한 덕분이다. 이에 항공사들도 경영의 무게중심을 화물에서 여객으로 옮기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18일 증권가에 따르면 올 1분기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영실적 양극화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화물 수송으로 여객 수요 감소의 위기를 극복한 대형항공사가 주목할 만한 성장을 이어간 반면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한 LCC는 적자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실제 국내 항공사의 1분기 실적 예측치를 내놓은 증권사 9곳을 분석한 결과, 대한항공의 컨센서스는 연결기준 매출 2조8715억원, 영업이익 6048억원으로 추정됐다. 각각 전년 동기의 1조7925억원, 1016억원 대비 60.2%, 495.2% 증가한 수치다. 아시아나항공의 실적 기상도 역시 맑다. 매출이 지난해 8472억원에서 올해 1조3110억원으로 54.75% 확대되고 영업이익은 1410억원의 흑자 전환이 기대된다.

이런 호실적의 견인차는 화물이다. 좌석을 뜯고 화물을 싣는 승부수를 던지면서까지 국제화물 수요에 적극 대응한 것이 주효했다. 여기에 선박 부족이 불러온 항공화물 운임의 고공행진도 수익성 향상을 도왔다. 글로벌 항공화물 운송지표인 TAC 인텍스의 홍콩-북미 평균 운임만 봐도 지난해 1월 3.66달러에서 올 1월 10.90달러로 3배나 뛰었다.

이와 달리 여객 의존도가 절대적인 LCC들은 올 1분기도 적자 탈출에 실패했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LCC 업계 1~3위 모두 전년 동기 수준의 영업적자 행진이 예견된다. 제주항공 -706억원, 진에어 -401억원, 티웨이항공 -500억원 규모다. 2020년부터 지금까지 3사의 누적 영업손실은 무려 1조4621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올 2분기 들어 상황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각국이 앞다퉈 하늘길의 빗장을 풀고 ‘위드 코로나’에 돌입하면서 국제선 여객 수요가 본격 기지개를 켜고 있기 때문이다. G마켓과 옥션의 해외여행 상품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최근 한 달에만 해외 항공권 판매가 9배나 폭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항공사와 LCC를 막론하고 올해 2분기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시작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항공사 실적을 좌우할 킬러 사업이 화물에서 여객으로 급속히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현재 항공사들은 화물과 국내선 운항에 집중했던 기조에서 벗어나 항공기 증편과 신규 취항 등 국제선 재개척에 핵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먼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내달부터 4월 대비 각각 주 16회, 주 4회의 운항을 증편한다. 대한항공은 LA·파리·런던, 아시아나는 LA·프랑크푸르트·런던 등의 노선이 대상이다. 아시아나는 또 6월부터 파리·로마 노선의 운항도 재개한다. 코로나19로 중단된 지 2년 3개월 만이다.

두 대형항공사가 유럽·미주에 국제선 정상화의 방점을 찍었다면 LCC는 아시아를 정조준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5월부터 국제선 노선을 기존 8개에서 14개로 증편하고 베트남 다낭·나트랑, 필리핀 보홀,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등에 신규 취항할 계획이다.

진에어와 티웨이항공도 내달 각각 오사카·방콕·클락·코타키나발루, 호찌민·다낭·싱가포르 등의 노선을 증편 또는 신규 취항한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조건부 결합 승인과 맞물려 양사가 독점했던 알짜노선인 몽골 울란바토르 노선의 운항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외에 플라이강원(상하이·청두), 에어프레미아(독일), 이스타항공(마닐라), 에어인천(싱가포르) 등도 국토교통부로부터 운수권을 추가 배분받아 취항을 준비 중이다. LCC 업계 관계자는 "항공 여객시장은 2분기 보복 수요를 거쳐 여름 휴가 시즌인 3분기에 정상궤도로 진입할 것"이라며 "주요 LCC는 국제선 여객 회복을 통해 올해 영업손실을 최소화한 뒤 내년부터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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