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 장면 중. /스크린 캡처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 장면 중. /스크린 캡처

얼마 전 ‘옷’ 때문에 온 나라가 수군수군댔다. 입 가진 이들은 너도나도 한마디씩 민주적으로 참여했다.

누가 어떤 옷을 왜 입었는지는 영화에서도 중요하다. 캐릭터를 ‘보여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패션으로 유명한 영화는 많지만 굳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와 ‘섹스앤더시티’(2008)을 꼽아본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패션매거진 내부에서 일어나는 살벌패셔너블한 일들을 다룬다. 앤디(앤 헤서웨이)는 냉정하기가 북극 냉장고 같은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립)의 비서로 채용된다. 앤디를 완전무시하는 미란다. 앤디는 나날이 미란다의 인정을 받게 되지만 결국 기자가 되려는 자신의 꿈으로 떠난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을 차버리고 가는 앤디를 한심스러운 듯 그러나 부러운 듯 보다가 이내 선글라스로 눈을 가리는 미란다. 그 눈빛의 변화가 메릴 스트립이다.

‘섹스앤더시티’는 뉴요커 여자 4명이 먹고 입고 수다떠는 영화다. 드라마 히트 후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1편은 물론 2편도 화려한 패션으로 가득하다.매 신마다 사라 제시카 파커를 비롯한 네 명의 배우들이 경쟁하듯 새로운 패션으로 등장한다. 입고 들고 신은 것 모두 명품이다. 저건 어디 옷, 저건 어디 구두 하며 알아맞추기도 벅차다. 생전 처음 보는 브랜드도 무수하다.

이쯤에서 정리해보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패션계 이야기지만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영화, 수직상승 욕망에 대한 영화다. 그에 비해 ‘섹스앤더시티’은 등장인물들의 ‘패셔너블’함에 방점이 찍힌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사람이 옷을 입었고 ‘섹스앤더시티’는 화려한 패션이 사람을 입었다.

흔히 ‘패완얼’(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 한다. 확장하자, 패션의 완성은 결국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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