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폭격으로 사망한 한 여성의 시신이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시내의 인도에 놓여 있다. /AP=연합
러시아의 폭격으로 사망한 한 여성의 시신이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시내의 인도에 놓여 있다. /AP=연합

볼로디미르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동부 돈바스 지역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도 요청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CNN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전쟁을 끝낼 목적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영토를 포기할 의향이 없다면서, 돈바스에서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돈바스 점령 시, 수도 키이우(키예프) 점령이 재시도 될 수 있으며 전쟁 전체에 영향을 줄 것이란 설명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바이든 대통령 방문에 대해 "그가 결정할 문제이지만 그렇게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희망을 표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마리우폴에선 ‘항복하라’는 러시아 측의 최후통첩을 거부한 우크라이나군이 마지막 저항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군은 마리우폴을 완전히 장악하면 본격적인 돈바스 지역 점령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일상 복귀에 나섰던 키이우가 다시 긴장이 고조되면서 피란민들 귀향도 저지됐다. "키이우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려는 시민들은 그냥 그대로 더 안전한 곳에 머물러 있길 바란다." 키이우 시장의 전언이다.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이 러시아를 장기적으로 고립시킬 방침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고안 중인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서(NDS)의 타깃이 온전히 중국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유럽에서의 러시아 도전’도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냉전시기 경제적 단절과 군사적 압박을 통해 소련의 붕괴를 기다리는 ‘봉쇄(containment)’ 전략으로 회귀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유럽연합(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인 스베르방크 제재와 러시아 석유 수입금지 등의 검토를 밝혔다. 아울러 최악의 경우 몇달 심지어 몇년간 전쟁이 지속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신속히 지급할 것을 회원국에 촉구했다.

"러시아 국내총생산(GDP) 전망치가 11% 줄었다" "러시아 국가 부도는 시간문제에 속한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말에 러시아가 발끈했다. "러시아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맞으면 유럽 역시 디폴트에 처하게 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무관하게 유럽이 바라던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EU의 마조히스트(가해 쾌락자)와 그들의 해외 놀이친구들이 진정으로 원했던 게 바로 ‘러시아 디폴트’"라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키이우 방문 시엔 암상 당할 것이란 경고도 나왔다. "젤렌스키가 키이우 인구의 거의 전체를 무장시켰다. 그런 조건에서 바이든을 초청하는 건 솔직히 말해 ‘그의 목숨을 노리라’는 시도나 다름없다." 아달비 슈카고셰프 러시아 하원의원의 지적이다.

한편 흑해 기함인 모스크바호 침몰과 관련 사상자 정보를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40명 정도 사망’ ‘실종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은 신속하게 진행 중이다. 통상 몇년 걸리던 ‘가입 서류(질문지)’가 우크라이나의 경우 열흘 미만에 완성됐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미 유럽의 일원인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이 평소처럼 여러 해 걸리진 않으리라 본다. 우리가 긴밀하게 협력한다면 몇 주 안에 끝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지 50일째인 지난 14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영상을 통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간 항전해온 국민과 자국을 지지해준 여러 국가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AP=연합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지 50일째인 지난 14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영상을 통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간 항전해온 국민과 자국을 지지해준 여러 국가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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