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이 4·19혁명 제62주년을 맞아 19일 오전 서울 강북구 국립 4·19민주묘지를 찾아 학생혁명 기념탑에서 헌화하고 있다. 이날 참배에는 박 의장과 김상희 국회부의장, 여야 원내대표 및 상임위원장단 등이 참여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과 관련해 박병석 국회의장이 졸지에 ‘결정권자’가 돼 버렸다.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오수 검찰총장의 면담에서도 문 대통령이 검수완박에 대한 명확한 찬반 입장을 밝히지 않으며 사실상 ‘묵인’하는 스탠스를 취하자 민주당은 검수완박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은 박병석 국회의장을 향해 "헌법과 법치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해야 한다"며 검수완박 입법을 막아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국회의장은 본회의 안건 상정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국회법에 의해 ‘의장이 특별한 사유로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의 협의를 하는 경우’가 폭넓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국회의장이 의장 재직 중 당적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당리당략이 아닌 중립적인 자세에서 법안을 평가해야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어떻게든 이번 달 안에 검수완박을 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입장이지만 박 의장의 해외 순방(4월 23일~5월 2일)이 변수가 됐다. 민주당은 이 기간 박 의장이 민주당 소속인 김상희 부의장에게 본회의 사회권을 넘기기를 요청했고 국민의힘은 사회권을 넘기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지만 박 의장은 아직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만약 박 의장이 사회권을 넘기고 출국한다면 이번달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박 의장이 사회권을 넘기지 않고 출국한다면 검수완박 법안의 본회의 상정 자체가 어려워진다.

사실상 박 의장이 검수완박 법안 통과의 결정권자가 돼버린 셈이다. 일단 박 의장의 해외 순방 일정에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 의장은 지난 15일 "오래전부터 (확정)돼 있었던 일정"이라며 "방문국 상·하원 의장 등 수십 명과 약속이 돼 있어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스케줄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박 의장은 지난해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양당 합의를 수차례 요청하면서 법안의 본회의 직권 상정을 거부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아직 본회의에 계류 중이다.

박 의장의 성격상 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맡기고 떠날 가능성도 높지 않다. 박 의장은 2020년 9월 유럽 순방, 지난해 4월 중앙아시아 순방, 올 3월 동남아 순방 당시에도 사회권을 부의장에게 위임하지 않았다.

국회 관계자는 "평소 신중하기로 소문난 박 의장의 성격을 생각하면 당적을 보유한 국회부의장에게 사회권을 위임한다는 자체가 국회의장의 중립유지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 될 수 있다"며 "또 21대 국회 전반기 의장으로서의 임기도 곧 끝나는만큼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은 검수완박을 통과시켰다는 비난을 감수하기엔 박 의장 입장에서도 위험이 크다"고 전했다.

그러나 박 의장이 김상희 부의장에게 사회권을 위임하고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될 경우 28일 전후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국회 본회의에서는 여야의 치열한 몸싸움이 전개될 수밖에 없다. 지난 2019년 ‘패스트트랙’ 관련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당시 자유한국당이 국회 점거 농성을 벌였던 것이 가장 최근에 일어난 물리력 사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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