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전후로 서울 강남권에 이어 재건축 기대감이 팽배한 1기 신도시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사진은 분당 신도시 아파트. /연합
대선을 전후로 서울 강남권에 이어 재건축 기대감이 팽배한 1기 신도시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사진은 분당 신도시 아파트. /연합

지난달 대통령 선거 이후 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에서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재건축 기대감이 팽배한 1기 신도시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는 모습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거래가 활발하고, 신고가를 새로 쓴 단지들도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으로 제시한 규제 완화가 국정 운영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8일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대선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 현황’ 자료에 따르면 3월 10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640건의 매매계약 중 직전 최고가 대비 집값이 상승한 거래는 31.9%인 204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강남·서초구는 59건 중 49.2%인 29건이 직전 최고가 대비 집값이 상승해 서울 평균보다 높았다.

대선 이전 서울 부동산 시장은 집값이 고점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하락·보합세를 보였다. 하지만 대선 이후 재건축 등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 오름세가 나타나고 있다.

김 의원이 제시한 사례를 보면 강남구 도곡동 도곡현대힐스테이트 전용면적 164.9㎡는 지난달 30일 22억5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져 직전 최고가인 18억9000만원 대비 3억6000만원 뛰었다. 서초구 방배동 삼호2 132.39㎡는 지난달 11일 직전 최고가보다 9억9000만원 높은 22억원에 팔렸다.

상황은 분당 등 1기 신도시도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시범삼성아파트 전용면적 171㎡는 24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면적의 직전 거래가는 2020년 10월 17억원이다. 시범현대아파트에서는 지난달 19일 전용면적 193㎡가 20억5000만원에 거래돼 지난해 5월 18억9000만원보다 1억5000만원 이상 올랐다.

분당 시범단지들은 1991년 준공해 올해로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초과했다. 윤 당선인이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촉진 특별법’ 등으로 1기 신도시를 재정비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것에 지역 부동산이 달아오르는 것으로 풀이된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서도 1기 신도시 재정비에 신경쓰는 모양새다.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의 김병욱, 민병덕, 서영석, 설훈, 이용우, 이재정, 이학영, 한준호, 홍정민 의원은 ‘1기 신도시의 노후화 진단 및 합리적 재건축 방안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이들은 분당, 평촌, 중동, 산본, 일산 등 1기 신도시를 지역구로 두고 있다.

최근 재건축 규제 완화가 급격하게 이뤄지면 부동산 시장이 다시 출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정 부분 규제 완화가 필요하지만 한꺼번에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면 전월세 시장 불안 등 부작용이 크고, 정권에도 부담이 있기 때문에 속도 조절론이 대두될 수밖에 없다"며 "시장 안정을 위해 장기적 계획으로 순차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1일 "잘못된 가격 신호를 줄 수 있는 규제 완화나 공급 확대는 윤석열 정부 청사진에 없다"며 "관리와 통제가 가능한 방향으로 공급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주로 예상됐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부동산 대책 발표 시점도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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