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共和’라는 한자 조합이 처음 등장한 것은 사마천의 『사기』다. 약 2900년전 주나라 때 반란으로 왕좌가 비자 제후들 사이에서 추대된 사람이 왕을 대신한 14년간을 말한다. 두 제후(公)가 협의해 다스렸다는 의미로 풀이되는데, 제후국의 하나 ‘共’나라 영주(伯) ‘和’가 다스린 시대로 보는 설도 있다.

‘共和’가 근대적 개념의 번역어로 부활한 것은 19세기 일본이었다. 고전중국어를 재활용한 것으로, 한국 중국으로 다시 수입된다. 당초 일본인들은 리퍼블릭(republic)과 데모크라시(democracy)를 제대로 구분 못했다. ‘군주가 없는 체제’와 그것이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다수의 합의’라는 개념을 혼동한 것이다. 일본인들은 democracy를 한동안 ‘共和(きょうわ)’로 번역하다, 19세기말 20세기초 民主(democracy)와 共和(republic)로 구분하게 된다(근대어 산책 ‘민주’편 참조).

‘Republic’은 ‘공공의 것’을 뜻하는 라틴어 ‘레스 푸블리카(res publica)에서 왔다. 공화정을 추구하는 이념· 태도를 공화주의라 하고, 이에 기반한 국가를 공화국 즉 리퍼블릭이라 부른다. 근대적 공화국의 핵심은 민주주의의 실현이다. 당연하면 별도의 어휘가 필요 없다. ‘共和’ 역시 ‘어울리기 어려운 존재들이 함께 한다’는 역설을 내포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중화인민공화국(중국)’처럼 말만 ‘민주’, 이름만 ‘공화국’인 경우도 있다. 중국도 ‘民主(minzhu)’를 강조한다. 우리나라엔 ‘민주’를 입에 달고 살다 출세한 사람들이 있다. ‘인민민주’가 이들 두 ‘민주’의 공통점이다. 법치국가인 공화국이라도,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와 ‘법의 지배(rule of law)’ 차이는 크다. ‘떼’로 밀어붙여 입법을 하고, 그 법을 휘두르는 게 ‘법에 의한 지배’다. ‘떼의 논리(인민민주)’를 넘어 자연법 사상이 담긴 자유민주, 이에 기반한 ‘법의 지배’가 우리의 지향점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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