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조우석

4월 15일은 김일성 탄생 110주기였다. 그걸 북한은 태양절이네 뭐네 하지만, 김일성은 엄연히 6.25의 전범이자 현대사의 악령이다. 문제는 그런 그의 실체를 우리가 잘 모를 뿐더러 김일성-정일-정은 3대에 대한 구조적 이해 역시 없다. 외려 괜스레 과대포장을 하고 공포심리까지 키우며, 그게 요즘엔 북한학입네 뭐로 정형화됐다. 그런 풍토를 오래전 지적한 이가 국립호주대 김형아 교수다. 1970년대 이민 갔던 그가 훗날 돌아와보니 대학엔 온통 김일성연구소만 수두룩했다. 이승만-박정희 연구는 뒷전이었다. 그런 기형적 구조에 반발해 썼던 그의 명저가 <박정희 양날의 선택>(2005)이었다.

어쨌거나 오늘 주제는 김일성이다. 내가 파악한 그는 우선 인간으로 추악하고 지저분하다. 황장엽은 김일성을 숫제 "속물"이라 단언했다. 그의 책 <나는 역사의 진리를 보았다>(1999)에 등장한다.

내 경우 김일성 하면 두 개의 에피소드로 깔끔하게 정리된다. 하나는 6.25 당시 라이벌이자 띠동갑인 박헌영과 "이 자식" "저 자식"하며 쌈질하던 장면이다. 그날이 11월 7일, 미군이 38선을 돌파한 뒤 전황이 다급해지던 시점이다. "당신이 말했던 남조선 빨치산은 다 어딨나?"(김일성, 당시 38세) "어째서 낙동강에 인민군을 죄다 내려보낸 거야?"(박헌영, 당시 50세). 이는 당시 외무성부상 박길룡의 증언이다. 이런 걸 알면 김일성은 영락없는 시시한 잡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더 추악한 모습은 황장엽과 함께 내려왔던 김덕홍이 전해줬다. 그가 쓴 <나는 자유주의자이다>(2015)에서 자세하게 소개된 최악의 막장 스토리이다. 대하소설 <임꺽정>을 쓴 벽초 홍명희의 딸 홍귀원을 김일성이 손 댔고 그래서 덜컥 임신시켜버린 스캔들이다. 그게 1956년인데 홍귀원은 당시 김일성 아내 김성애의 비서였다. 더욱이 김성애는 임신 중이었고 홍귀원은 출산 중 자식과 함께 사망했다.

홍명희는 김일성보다 24세 연상. 즉 아버지뻘이고 일제시대 동아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거물이다. 그와 가족을 능멸한 김일성은 태양은커녕 짐승급인데, 그렇게 말하면 ‘위수김동’을 외쳤던 주사파가 신성모독이라며 발을 구를까? 하지만 북한에서 김일성보다 김정일이 훨씬 더 문제적 인간이고, 그를 파악해야 저 사회가 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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