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
김성회

최근 중국의 보안법 제정과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 조치로 인해 ‘헥시트’(홍콩+엑시트의 합성어)가 회자되고 있다. 한마디로 미중 패권전쟁으로 인해 세계 금융의 중심지였던 홍콩에서 돈도 사람도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헥시트’와 함께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 제2의 홍콩이다. 즉, 홍콩 다음으로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어디가 부상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다. 그 대상 지역으로 싱가포르, 서울, 도쿄 등이 꼽힌다.

그래서인지 최근 서울을 세계적 금융허브로 만들자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민주당 김민석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강남보다 좋은 금융특구형 여의도 재건축"을 들고 나왔다. 그는 조희연 교육감과 ‘여의도 국제학교 유치’에 대해 공감을 이뤘다며, 금융 인프라 구축을 위해 산업은행의 지방 이전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시장도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서울이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로 발돋움해 뉴욕, 런던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금융 디지털 허브가 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윤 당선인의 "금융허브 특구 공약은 시의 적절한 공약"이라며, "여의도가 디지털 금융허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로서 서울이 제2의 세계적 금융 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단 두 가지가 크게 문제된다. 하나는 언어문제이고, 두 번째는 금융규제다. 그런 점에서 최근 싱가포르가 부상하고 있고, 서울은 ‘헥시트’의 대상지역에서 제외되고 있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서울이 가지고 있는 강점은 많다. 도시의 규모 면에서 싱가포르를 능가하고 있으며, 지정학적 위치에서도 싱가포르에 비해 나쁘지 않다. 특히 문화→물류→금융이라는 홍콩 발전의 패턴을 생각할 때, 한류가 뜨고 있는 서울이 세계적 금융의 중심지로 부상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금융규제다. 관치금융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될 정도로 금융에 대한 각종 규제가 가장 심각하다. 혹자는 금융규제만 획기적으로 개혁해도 한국 경제가 연간 5% 성장을 구가할 수 있다고까지 말한다. "산업은 세계적인데, 금융은 동남아나 아프리카 수준이다"는 이야기는 결코 빈말이 아니다.

우리나라 금융의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산업, 기업은 많이 나왔지만, 은행과 금융 기업 중에서 세계적 기업은 하나도 없다"며, "세계적인 금융사가 나오기는커녕 시티은행 등 외국 은행들이 하나같이 대한민국을 떠났다"고 지적한다.

그만큼 규제가 심하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정부에서는 19년 4월부터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금융업자와 소비자가 규제개선을 요청할 수 있고, 정부가 규제개선을 결정할 수 있다고 한다. 그 결과 2년 동안 총 153건의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해 1,237명의 일자리가 늘어났으며 2,732억 원의 투자유치가 이뤄졌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해 9월 금융에서 중개업 형태의 독과점을 규제한다면서 금융소비자보호법을 확대하여 빅테크, 플랫폼 기업에 대한 ‘핀테크 규제’를 감행함으로써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이 조치로 인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는 직격탄을 맞았고, 여타 중소 핀테크업체들도 초긴장상태에 들어갔다.

그런 상황에서 윤 당선인의 ‘금융허브와 특구’공약과 오세훈 시장의 ‘디지털 금융허브 프로젝트’ 발언은 천만다행이다. 이제라도 정부와 정치권은 필요하면 공격하고 규제하는 ‘관치’적 행태를 버려야 한다. ‘국민경제의 발전’이 목적이라는 금융규제가 ‘국민경제의 발목잡기’가 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건물 세우고, 간판을 달아놓으면 금융허브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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