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철
이인철

미디어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믿고 따르기 마련이다. 인공지능(AI)도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내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글에 대해서는 비판적일 수 있어도 음성은 마음을 사로잡게 된다. TV의 출현은 목소리로 만나던 라디오의 시대를 넘어서 정면에서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하는 대면의 상황을 만들었다. 전화로는 통하지 않는 것도 얼굴을 대하고는 거절하기 어렵다. TV 화면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만남을 제공한다. 많은 이야기를 듣는 만남이 지속되는 경험이 그 이야기를 믿게 되는 이유다.

친숙함을 넘어서는 익숙함은 미디어 소비를 관계로 만든다. 모든 집의 거실에 있던 TV는 오늘날 누구나 보유한 모바일폰과 같다. 누구나 같은 뉴스와 드라마를 보면서 같은 문제를 생각하고 같은 이야기를 나눈다. 미디어의 이야기는 모두의 삶의 이야기다. 미디어는 교실이고, 절기 마다 참여하는 행사이며, 매 주일에 드리는 예배다. 미디어 소비는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며, 통과 의례가 되고 생활 양식이 되었다. 미디어를 소비하는 것은 살아가는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소비를 넘어서는 참여와 연결의 장을 연다. 의례를 넘어서는 교류가 증가한다. 연결은 자기에게 집중된 관심의 소비로 되어진다. 무슨 글을 올려도, 어떤 영상을 업로드해도 ‘좋아요’는 눌러지기 마련이다. 모두가 모두에 대해서 팬이면서 셀럽이 된다. 자기에게 집중된 관심의 결과가 관종의 시대를 연다. 믿음이 자기를 향할 때에 자기만을 위한 자기의 이야기만이 유통된 것처럼 보여진다.

미디어는 믿게 하는 기술이다. 신뢰를 제공하는 사업인 미디어를 통해서 믿음이 소비되는 상황은 실제의 세상이 위험하다는 것을 가리킨다. 미디어 세상은 현실에서의 신뢰를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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