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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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작 영화 ‘인도차이나’는 프랑스 대지주의 딸 엘리안느의 독백으로부터 시작된다. 프랑스 식민지인 베트남의 해안지대와 산들이 연출하는 멋진 풍광을 배경으로 엘리안느는 말한다. "세상에는 절대 같아질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산과 바다, 남자와 여자, 그리고 베트남과 프랑스..." 영화는 베트남의 대프랑스 독립전쟁에서 시작해서 미국과의 베트남전쟁 종결을 의미하는 1973년 파리평화협정까지 이어진다. 식민지시대 베트남의 지정학적 운명과 공산화과정 속에서 겪어야 했던 한 가족의 애환을 그리고 있다.

영화에서 엘리안느 역을 맡았던 까뜨린느 드뇌브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배우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원로배우 소리를 듣는 드뇌브(79)는 얼마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페미니즘과 미투운동에 맞서 화제가 됐다. "여자도 남자에게 관심이 많고, 그 관심을 위해서 치장하고 예쁘지려고 노력한다. 남성은 여성을 유혹할 권리가 있으며 여성은 유혹당하고 싶은 연애감정을 가질 권리가 있다.

남녀관계에 대해 자유롭게 발언하기보다 무조건 올바르게 말하라고 강요당하는 것은, 개인에 대한 위협일뿐만 아니라 전체주의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모든 여성은 성폭력과 적절치 않은 유혹을 구분할 만큼 충분히 현명하다. 최소한 순정어린 남성의 벼락키스와 껴안기 정도가 범죄가 되어서는 안된다" 등등. 소위 규범적 성평등의식이나 정치적 올바름(PC)에 지쳐있는 남성들이 들으면 공감할 현실적인 내용들이었다.

하지만 드뇌브의 이 발언은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왔다. 곧바로 전 세계 페미들의 거악 박멸운동으로 번졌다. 결국 드뇌브는 며칠 뒤 기자회견을 갖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 물의를 일으켜서 미안하다" 등의 사과성명을 내면서 일단 불을 껐다.

이 일이 아니더라도, 현재 주변을 둘러보면 산업화시대의 주역인 부모세대들이 페미니즘으로 무장한 딸과 며느리들로 인해 말 못할 고통을 겪고 있다. 자식이 부모에게 법과 규범을 들이대고 이기적인 여성권리만을 주장한다면, 태초에 부모에게 주어진 자연법적 권리는 과연 어디서 찾아야 하나? 극단적 페미니즘에 빠진 딸이 훈육하는 아버지를 고발하는 무서운 시대가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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