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테이블로 이끈 '은발의 한국계 신사'
북한을 테이블로 이끈 '은발의 한국계 신사'
  • 오정국 기자
  • 승인 2018.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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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평양회담 성사에는 '앤드류 김'의 물밑 공작이 있었다
지난 9일 평양에서 있는 김정은의 회담 자리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오른쪽에 앉아 무언가를 설명 중인 앤드류 김.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9일 평양에서 있는 김정은의 회담 자리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오른쪽에 앉아 무언가를 설명 중인 앤드류 김(빨강 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북한은 지난해 9월 3일 7차 핵실험에 이은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로 마침내 미국을 ‘무력 심판’이라는 링 위로 끌어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에선 연일 ‘화염과 분노’가 떠나지 않았고, 북한에 대한 직접 공격을 시사하기 시작했다. 이 즈음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정말 트럼프가 북한을 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 잡히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11월 중순 미국과 북한 간의 협상이 움트기 시작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당시 CIA 국장)을 북한으로 불러들이고 이미 이뤄진 남북정상회담과 앞으로 예정된 미북정상회담이 나오기까지 막후에서 숨가쁘게 움직인 한국계 미국인이 있었다. 18일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이 ‘은발의 신사’에 대한 스토리를 워싱턴 정가와 일본, 한국 정가를 종합 취재해 완성했다. 이를 의역해 전재한다. <편집자 주>

이달 9일 재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담 자리. 폼페이오의 오른쪽에 손짓 발짓을 섞어 이야기하는 은발의 남자가 있었다.

복수의 미국정부 관계자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이 남자는 앤드류 김 씨. 한국계 미국인으로 25년 여 미 중앙정보국(CIA) 첩보원으로 도쿄 등에서 근무하고 최근까지 CIA 서울지국장을 지냈다. 정보기관인 CIA의 고위관리가 국무장관의 순방에 동행하며 얼굴이 공개 되는 것은 드물다. 그래서 북한이 공개한 그가 찍힌 사진은 미국 내에서는 공개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봄, ‘최대한의 압박’ 정책을 본격화 시켰다. 외교루트로 협상을 하고 있던 국무부가 아니라 CIA 장관인 폼페이오에게 북한과의 대화 채널을 찾도록 지시했다. CIA는 오바마 이전 정부 때인 2010년경부터 독자적으로 북한과의 채널을 만들고 있으며 앤드류 김 씨는 그 과정에서 중심적 역할을 햇다.

그는 북한이 유화적 자세를 보이기 시작한 올해 1월 이후 움직임이 빨라졌다. 2월 말,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방한한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 대통령 보좌관을 동행해 이날 현지에 도착한 북한의 통일전선부 간부와 비밀리에 접촉을 했다. 이어 3월 말 김정은의 중국 방문에 맞춰서도 베이징에 갔으며, 평창에서 만난 이 북한 간부와 다시 물밑 대화를 함으로써 미북정상회담에 앞선 폼페이오의 첫 방북에 길을 놓았다.

폼페이오가 2차 방북한 이달 9일. 평양에 도착한 전용기에서 내린 폼페이오를 마중 나온 김영철 등 북한 고위인사들 사이에 섞여 있는 김 씨의 모습이 다음 날 방영된 조선중앙TV에 떴다. 먼저 평양에 도착해 북측과 사전 협의를 했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다. 한미 관계자는 말한다. "김 씨가 없었다면 미북정상회담은 정해지지 않았다."(워싱턴=미네무라 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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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미북정상회담을 위해 물밑에서 북측과 접촉했던 앤드류 김 씨. 미 중앙정보국(CIA) 첩보원이지만 또 하나의 중요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5월 CIA 내에 설립된 ‘조선 미션 센터’의 책임자다. 트럼프 백악관이 북한의 핵 미사일 문제에 대해 전문 정보를 수집하고 전략을 짜기 위해서 이 센터 설립을 명령했다.

그는 한국의 서울고 출신으로 박근혜 정권 초기까지 CIA 서울지국장으로 오래 근무했다. 한국의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에 폭넓은 인맥이 있다고 한다.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김 씨와 워싱턴에서 만났을 때의 일을 기억했다.

김 씨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참석을 하며, 백악관 내 집무실도 가지고 있었다. 폼페이오가 ‘가장 신뢰하는 오른 팔’(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로서 폼페이오 대신 트럼프에게 북한 정세를 보고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 센터는 폼페이오의 비밀 방북 사전 준비 및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사전 교섭을 진행했다. 게다가 트럼프 정권의 대북 ‘최대한의 압박’ 정책의 한 부분도 담당하고 있었다.

CIA의 동향에 밝은 미국 정부관계자에 따르면 이 센터는 북한의 핵 미사일 시설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고위직의 성격 분석 등 폭넓은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또 무인기(드론)를 사용한 요인 처리 특수작전을 포함한 북한의 체제 전환 등 비밀 공작의 준비도 진행되고 있었다고 한다.

미군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을 계속할 때마다 군사압박 수위를 점차 높여 갔다. 지난해 10월 10일 밤, 전략폭격기 B1-B 2대가 동해상에서 서쪽으로 한국을 가로지르며 날아갔다. B1-B는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기술을 갖추고 지하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신형 ‘지하 관통형’ 폭탄을 탑재할 수 있다. 이날 비행은 북한의 핵 미사일 시설에 대한 제한 폭격을 상정한 전개였다고 한다.

이 때, 트럼프는 백악관 지하의 상황룸(위기 관리실)에서 중계되는 현지 영상을 보면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던포드 합참의장의 작전 설명을 들었다.

그 작전이 있기 바로 전인 9월 23일에도 B1-B가 남북한을 가르는 비무장지대(DMZ)의 위도를 넘어 ‘금세기 최북측’(국방부 당국자 표현)의 국제공역까지 비행했다. 이 모든 것에 대해 북측의 반응은 없었다. 이 상황을 분석한 군사전문가는 "북측의 구식 레이더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미군에 의한 공격을 두려워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맞춰, 항공모함과 핵 잠수함을 파견하는 한미합동군사훈련도 실시했다. 북한에 진입이 가능한 해군 특수정예부대도 참가했다. 김정은 등 고위급 인사의 암살을 상정한 훈련이었다.

이런 작전은 미군이 새롭게 책정한 계획에 기초한 것이다. 미군 관계자에 따르면 올 봄까지 던포드 합참의장과 태평양군의 해리스 사령관이 중심이 되어 계획을 수립해 트럼프에 보고했다고 한다.

작전 내용은 기밀이지만 복수의 군사 소식통 말을 종합하면 ‘군사적 압박’은 수십 단계가 있다. 군사 훈련을 중심으로 △탄도미사일 요격실험 △원자력잠수함 파견 △항공모함 파견 △폭격기 파견 △주한 미국인의 대피 등이 있다. 훈련 규모 및 내용, 북한과의 거리 등을 짜맞춰 점차 압력을 강화하는 구조다.

미국은 꾸준히 군사적 압력을 높이며 북한 측을 흔들었다. 워싱턴 군사소식통은 "트럼프 등 미 고위 관리들에 의한 호전적인 발언과 함께 북한 측이 미군에 의한 공격을 진심으로 두려워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러한 일련의 ‘군사적 압박’이 효과가 없으면 전투 행위가 따른다. 즉 ‘전쟁 상태’로 옮겨진다.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요격과 사이버공격 등 외에 북한 내 약 20곳의 미사일 기지나 핵 실험장 등을 대상으로 한 제한 폭격 등이 상정되고 있다고 한다.

그 경우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 대한 북측의 보복 공격을 가정했다. 미국 존스 홉킨스대 연구그룹 ‘38노스’가 추산한 바로는 북한이 핵무기를 탑재한 미사일로 도쿄와 서울을 공격할 경우 사망자가 최대 210만 명, 부상자도 약 770만 명에 이른다. 이 군사통은 "군사 공격을 지지하는 관리들 사이에서도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 되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넓게 퍼져 있다”고 평가한다.

미국의 군사 압박에 대해서, "트럼프의 잇단 폭주, 선전 포고"(최성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표현)와 북한의 강한 반발. 미국 측이 더 이상의 압력을 강화하면 군사 충돌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미국 측도 대북 군사행동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트럼프 정부의 기본방침은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이다. 북한을 핵 포기를 위한 대화로 끌어내기가 ‘압박’의 의도다.

김 씨와 작년 가을에 만난 한국 관리는 당시 미국이 북한에 대한 20여 개의 군사 옵션을 보유한 사실을 알고 놀랐다. "작은 충돌이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얘기였다. 평화가 얼마나 중요한가라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와 김정은의 회담은 앤드류 김과 北 맹경일의 작품이다

지난 1월 9일 남북고위급 회담에 주요 인사로 참석해 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가운데 회색 양복).
지난 1월 9일 남북고위급 회담에 주요 인사로 참석해 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가운데 회색 양복).

한국 정부의 고위당국자는 지난 15일 폼페이오의 2차례 방북이 성사된 배경으로 두 인물이 존재한다고 기자단에게 말했다. 김 씨와 동시에 이름에 오른 것은 맹경일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55)이다. 김 씨와 평창에서 비밀리에 협의를 거듭한 인물이다.

맹경일은 남북관계 전문가로 과거에 몇 차례나 방한했다. 한국 통일부에 두터운 라인을 가지고 있다. 지난 4월 말의 남북정상회담에 배석하고 폼페이오의 협상 상대인 통일전선부장을 맡고 있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알려졌다.

여기까지 오는 길은 평탄하지 않은 것 같다

지난해 11월. 이 무렵, 군사적 압력을 강화하는 미국을 북한은 극도로 경계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고용환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전 재외 공관에 "미국이 정말 북한을 공격할지를 조사하라"고 지시했으며 외교 경로와 미국 전문가와의 접촉을 대폭 늘렸다고 한다.

12월 초 베이징. 미국 국무부 정보 조사국 존 메릴 전 동북아실장이 북한 외무성의 당국자와 비밀리에 만났다.

메릴은 나중에 취재진에게 북한과의 협의 사실을 인정했다. 메릴은 바로 이 때, 북측에서 먼저 '핵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고 경제 외교를 중시하는 노선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미국 측과 협의를 계속해 나가길 원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차관보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점차 북한 측에서 접촉 요구가 늘고 있었다고 했다. "북측은 대화에 적극적인 트럼프에 기대감을 가진다"고 그는 말했다.

해가 바뀌고 운명의 1월 초하루

김정은 위원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남북 대화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경제 중시도 지금까지 이상으로 강조했다.

북한이 대화에 나선 이유가 미국의 군사적 위협만이 아니라고 한국 정부 관계자는 분석한다.

키워드는 ‘북한의 경제’였다

한국 무역협회에 따르면 북한의 무역은 90%를 중국이 차지한다. 이런 ‘생명선’이 올해 1~3월 수치를 보면 수입이 약 40%, 수출에 이르러서는 90% 가까이 줄었다. 탈북한 노동당 전 간부에 따르면 주민 사이에 경제의 장래 불안과 불만이 높아지고 있었다고 한다.

중국의 제재 강화 효과가 나타나고 있었다. 그런 타이밍에서 나온 것이 지금 김정은의 대화 노선이었다.

북한은 지난 16일 미북정상회담의 "재고려"를 시사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다음날에도 한미합동훈련을 언급하며 “지금 한국과의 대화는 어렵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미국정부 전직 고위당국자에 따르면 이런 와중에도 평양에 파견된 ‘조선 미션 센터’ 소속 수십명의 CIA직원이 현지에서 조율 중이다. (워싱턴=미네무라 켄지, 서울=마키노 아이바쿠)

ojungk@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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