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후
박상후

4월 20일 아침 타이완에서 대형방송사고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가 타이완해협에도 미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가운데, 공중파방송 CTS(華視)는 북부도시 신베이가 중국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고 있고 해군 함정도 파괴되고 있다는 자막 오보를 4분 동안 송출했다. 또 타이베이 부근 반챠오(板橋) 버스터미널에서는 중국군 특공대의 소행으로 보이는 방화, 폭발사고가 발생하고 각지에서 시민들의 사재기가 시작됐다는 내용도 있었다. CTS는 비상시를 대비해 미리 만든 자막이 잘못 나갔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시기가 시기인지라 타이완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타이완에서는 중국 침략이 발생하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여러 가지 가상시나리오에 따라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상하이 봉쇄에 따른 민심동요, 권력투쟁, 경기침체 등 위기의 돌파구로 중국이 타이완을 침공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장은 우크라이나 분쟁의 어부지리만 취하면 되기 때문에 무력통일 야심은 20대 당대회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타이완은, 자국은 미국의 핵심이익이 달려 있어 우크라이나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보고 있지만 장담할 수만은 없다. 정상적으로 보면 핵심이익이 맞지만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능력 장애라는 리스크가 있다. 또 미국은 여러 차례 타이완을 Republic of China로 부르면서 정식국가로 인정하는 제스처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의 레드라인인 ‘하나의 중국원칙’만큼은 건드리지 않고 있다. 타이완 침공시 강력한 제재가 따를 것이라는 경고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군사적으로 반격하겠다는 그 어떤 공약도 미국은 한 적이 없다. 대신 위기감에 국방력을 강화하려는 타이완에 대한 무기수출만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한편 타이완 국방부는 제2의 초장거리 감시 레이더, 아파치와 블랙호크 헬기, 조기 퇴역예정인 프리덤급 연안전투함(LCS)을 구매하라는 미국의 요청을 예산초과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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