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하나 출간된 '개인의 탄생'을 통해 본 '개인'의 개념

기독교 프로테스탄티즘 거치며 인간에게 '개인'의 가능성 열려
중세말부터 유럽예술은 가장 개별적인 인간에 눈돌려
19C중반 대도시 탄생하며 '공간 혁명'→'관계성 혁명' 발전

조현준 <개인의 탄생> 2022년 4월.
래리 시덴톱 <개인의 탄생> 2016년11월.
박성현 <개인이라 불리는 기적> 2017년(초판 2011년).
츠베탕 토도로프 등 공저 <개인의 탄생> 2022년 1월.

<개인의 탄생>이 또 하나 출간됐다. 같은 제목으로 나온 세번째 책이다. 다양한 저자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개인의 탄생’을 기술했다. ‘개인’이야말로 이 시대 최고의 화두이기 때문 아닐까. 며칠 전 나온 <개인의 탄생-대도시와 시공간의 재편>, 1월에 나온 <개인의 탄생-서양예술의 이해> 이상으로 주목해야 할 <개인의 탄생>은 2016년 번역 출간된 래리 시덴톱의 저서다.

원문(Inventing of the Individual)을 그대로 살리자면, ‘개인의 발명’ ‘개인을 발명하다’ 쯤 되겠다. 그만큼 특별한 존재이자 개념이라는 뜻이다. ‘개인 탄생(내지 발견)’은 인류사의 ‘기적’이며 도달해야 할 궁극의 경지라 할 수 있다. ‘개인’이야말로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다.

‘개인’과 ‘개인주의’는 다르다. ‘시민의식’의 기반인 ‘개인’은 수백년 걸쳐 형성됐다. 그 씨를 뿌린 게 기독교(개신교)다. 성경 가르침 ‘신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가 기존 사회 체제를 흔들기 시작한 것이다. 유교 및 이슬람 문명권에선 기독교적 ‘평등’ 개념이 도출되지 못했다. 대항해시대와 상업·산업 혁명 등 근대자본주의의 폭발적 성장을 겪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독교 프로테스탄티즘을 거치며 호모 사피엔스에게 ‘개인’의 가능성이 열렸다. 루터의 ‘성경번역’, 그것을 보급 가능하게 한 대량인쇄기술 덕분에 보통사람들도 성경을 직접 읽고 묵상하며 신과 1:1 대면할 수 있게 된다. 그로 인한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의 거대한 변화가 ‘종교개혁’이다 .

시덴톱 <개인의 탄생>은 서양에서 개인이 사회를 조직하는 역할을 맡기까지의 긴 과정을 얘기하며 자유주의 역사를 밝혀준다. 시덴톱 역시, 개인을 바탕으로 세상이 돌아가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를 ‘기독교’로 본다(성직자와 세속지도자들 간 주도권 다툼이 결과적으로 그런 결과를 낳은 측면도 있다). 인류의 출현은 훨씬 오래 전이지만, 약 500년전 유럽의 프로테스탄티즘 역사가 현대인의 사고방식·생활양식의 유래임을 시덴톱은 재확인해준다.

예술사에선 어떻게 나타났을까. 유럽의 예술이 ‘성스러운’ 임무에서 벗어나 가장 개별적인 인간 그 자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중세 말부터다. 츠베탕 토도로프(회화) 베르나르 포크룰(음악) 로베르 르그로(사상)는 각자의 전문분야에서 근대의 여명기 예술 속 ‘개인’이 등장한 궤적을 살핀다. 신 대신 인간이 중심에 옴으로써, 신에게 부여받은 것으로 여겨지던 봉건적 신분질서도 의심의 대상이 됐다.

사람을 타고난 신분·계급의 일원으로만 보다가 독립적 개체로 보고, 나아가 다른 개인을 ‘나 같은 또 하나의 개인’으로 인식하는 사유의 전환이 근대민주주의의 전제조건이었다. 예술의 변화를 통해 근대성을 근원을 살피는 이 책이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를 자주 소환하는 것 또한 우연이 아니다.

조현준 <개인의 탄생>은 19세기 중반 런던과 파리를 중심으로 근대적 대도시의 탄생 과정을 살핀다. 전통적 향촌사회와 판이하게 다른 공간, 즉 ‘공간의 혁명’이 ‘관계성의 혁명’을 낳았음을 역설한다. 그 연장에 오늘날의 ‘나홀로 문화’가 있다. 스마트폰 하나로 시·공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가상세계를 통한 무한확장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컴퓨터 네트워크와 디지털 장비에 기댄 개인화가 심화되는 한편, 개별화된 주체는 사이버 공간 속 공동체로 사회성을 보강한다. 스마트폰이 있는 한 혼자가 아니다. 혼밥할 때 맛집을 탐색하고 혼영을 위해 추천영화를 검색하는 등, 다양한 정보망과 관계성의 지원을 받는다. 화상회의·재택근무 시스템 역시 날로 일반화되고 있다. 물론 산적한 난제들이 공존한다. 불안·우울, 온라인 혐오·테러, 디지털 환경에 적응 못한 ‘디지털 난민’, 인구감소·세대갈등·빈부격차·사생활침해 등등. 답은 하나로 수렵되는 듯하다. 바로 ‘개인’, ‘온전한 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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