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 변한다고 보는 멍청한 靑··· 소통 아닌 ‘쇼통’집착
北이 변한다고 보는 멍청한 靑··· 소통 아닌 ‘쇼통’집착
  • 서명구 박사
  • 승인 2018.0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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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절인 4월 15일을 맞아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헌화하는 북한 인민들과 군인들. 연합뉴스
태양절인 4월 15일을 맞아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헌화하는 북한 인민들과 군인들. 연합뉴스

망명한 태영호 공사의 《3층 서기실의 암호》를 보면 1990년대 초 1차 북핵 위기 때 북한 외무성에서는 ‘한국역할 중시파’와 ‘미국과의 직접 해결파’가 있었고, 당시 김정일은 후자의 편을 들어주었다고 한다. 여기에서 몇 가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들이 있다.

흔히 북한 내에 파벌이 있는 것처럼 보는 시각이 있다. 사람이 사는 곳에서는 어디나 이견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이견과 갈등이 허용되는 수준은 국가와 사회에 따라 커다란 편차가 있다. 북한이야말로 특정한 이데올로기에 입각하여 세워지고 작동되는 국가로서, 국가목표와 존재 이유(raison d'être)가 이제 맞추어 명확하게 규정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정확히 인식하기 위해서는 먼저 북한의 체제적 특성을 살펴보아야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경제체제와 정치체제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경제체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인가 사회주의인가 하는 구분이며, 정치체제는 자유민주주의인가 전체주의인가 하는 것이다.

북한 내 일부 장마당 경제가 확산되고 있지만, 그것이 본격적 시장경제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체제에서는 부분적 변화가 있었지만 정치체제는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에서 변하는 것은 전술상 우선순위 차이 뿐

아울러 살펴보아야 할 것은 체제의 작동방식이다. 그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겪어온 경험적 사실을 통해 이해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확실한 것은 북한의 국가 목표와 전략에서는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변화가 있었다면 그것은 전술상, 우선순위의 차이에 불과하다. 위에서 말한 북한 외무성 내의 양파의 존재 역시 지극히 전술적 차이에 불과하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북한 내에 온건파와 강경파 혹은 개방개혁파, 수구파가 있다는 주장, 그리고 한국은 전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논리는 사실적 근거가 지극히 취약하다. 이는 대북 유화정책(appeasement policy)을 미리 정해놓고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가설에 불과한 것이다. 좋게 보아도 희망적 관측을 넘기 어렵다고 하겠다.

이렇게 북한은 그 체제적 특성이나 행동방식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고 나아가 김정은은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대화 상대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나아가 북한의 변화를 기정사실로 상정하고 벌써부터 한반도가 화평무드로 선회하고 있다는 장밋빛 미래에 들뜬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정부가 앞장서고 언론과 일부 지식인들이 국민을 오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먼저 거대 담론 지향의 정권적 속성이다. 북한의 핵개발이라는 도전에 대해 대한민국을 책임진 입장에서 정공법으로 성실하게 대응하는 것은 내팽긴 채, 마치 자신은 제3자적 위치에서 서서 게임의 판 즉 구조를 바꾸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여기에 접촉과 교류를 통해 상대방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기능주의가 이론을 제공하였지만, 이는 동질적 체제에서나 가능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종교적 신념을 갖고 이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소통 아닌 ‘쇼통’으로 일관하는 권력의 문제점이다. 특히 대중매체 시대에 맞추어 각종 연출로 ‘재미를 좀 본’ 정권이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현란한 이벤트를 창출, 만들어진 가공적 현실이 스펙터클하게 펼쳐지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민적 지지율이 80%까지 치솟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문제는 권력에 부화뇌동하는 일부 지식세계이다.

일부 지식인들은 문정권 주도로 냉전체제가 해빙되고 한반도 평화체제가 건설된다는 역사적 환상을 현실로 착각, 이러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자신만 뒤쳐질까 조바심을 내고 있다. 객관적 현실을 보고 북한 행동을 합리적으로 의심하는 상식적 논지는 심지어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방식’이라는 매도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북한은 외부 아닌 내부혁명 논리로 움직이는 집단

북한은 그 자신의 혁명논리로 움직이고 있는 집단이다. 외부적 요인은 환경적 요소로서 2차적인 중요성을 갖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의 권력과 일부 지식세계 그리고 이에 이끌려가는 숱한 대중이 그러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초기에는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 이유가 없다고 강변하다가 정작 핵무기가 완성되는 현재 시점에서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개역을 자청하고 있다. 벌써부터 주한미군 철수론과 한미동맹 파기론까지 산발적으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이러한 주장이 일반 대중으로 확산되는 단계를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도래하면 주한미군은 무력화 되어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사드가 들어와도 실제적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듯이 주한미군은 주둔해도 사실상 철수된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 올 것이다. 나아가 한미동맹 자체가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에서는 ‘한국현실 중시파’가 자연히 힘을 얻게 될 것이며, 남한 내 ‘민족공조 세력’의 위력과 활약을 믿고 주한미군 철수를 굳이 고집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서명구 박사는?

-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 성신여대 박사

- 대통령 정책조사비서관, 국회의장 기획비서관 역임

- 現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강사

smg2018@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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