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봐주라’고 미국 간 文, ‘못 봐주겠다’는 트럼프
'北 봐주라’고 미국 간 文, ‘못 봐주겠다’는 트럼프
  • 도널드 컥 워싱턴 특파원
  • 승인 2018.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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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그래픽

문재인 대통령과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시간으로 23일 새벽(현지시간 22일) 워싱턴DC에서 한미정상회담을 갖는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네 번째인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있을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할 내용을 마지막으로 조율할 수 있는 기회이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첫 미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중재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같이 북한 측의 핵 개발 프로그램 중단 ‘의지’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 관계를 맺고 있는 양국의 정상으로서 수월하고 긴밀한 만남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 문제에 대한 상당한 의견 차이를 좁히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볼턴 보좌관과 다른 강경파 미 대외정책전문가들의 주장에 따르면 김정은은 어떠한 조건에서도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북정상회담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북한 측 제의는 쌍중단(freeze-for-freeze) 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 미군 철수에 합의한다면 핵탄두 갯수를 줄이거나 심지어 영변의 플루토늄 원자로를 폐쇄하겠다는 것이다.

대북 강경파인 볼턴 보좌관의 개입이 있는 한, 현재로서는 위 조건 중 어떠한 것도 수용될 수 없다. ‘쌍중단’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미국으로서는 항복하는 게임이다. 미국 측은 ‘평화 협정’은 한국 전쟁 때부터 맺어온 한미 간의 동맹을 파기하는 것이라고 간주한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비핵화가 가져다주는 국가적·경제적 이익이 매우 막대할 것임을 설득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러시아 출신 교수이자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브(Andrei Lankov) 박사는 볼턴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최근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에서 있었던 한 포럼에서 그는 “북한은 바보가 아니다”라며 “그들에게는 체제 유지와 국가 발전이라는 두 가지의 중요하고도 분명한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카다피와 후세인의 최후를 본 북한

란코브 박사는 “비핵화에 있어 북한은 리비아의 최후를 봤고 이라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목격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비핵화 선언 7년 후, 무참히 살해당한 리비아의 통치자 무아마르 카다피(Muammar Gaddafi)와 핵 개발을 추진하려 했던 이라크의 통치자 사담 후세인(Saddam Hussein)의 최후와 같은 역사적 선례들을 알고 있다.

란코브 박사는 “다가오는 미북정상회담은 여전히 좋은 징조다”라고 밝히면서도 “그러나 기적을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란코브 박사는 북한이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예정되어 있었던 남북한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뒤, 관영매체를 통해 미북정상회담 역시 결렬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김정은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남북한 고위급회담을 취소하고 미북정상회담 결렬 가능성까지 거론한 북한의 표면상 이유는 ‘맥스선더(Max Thunder)’ 한미연합 공군훈련 때문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렇게까지 강경하게 나가는 진짜 이유는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말에 따르면 볼턴 보좌관이 선(先)폐기 후(後)보상 원칙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으며 선(先)폐기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이기 때문이다.

워싱턴을 방문한 문 대통령의 이번 미션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에 일정 수준의 보상을 보장할 것을 설득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의견 차이에도 불구하고 긴밀한 공조를 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앞에서 진행되는 태극기 시위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릴 때, 밖에서는 대규모의 시위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DC의 라파예트 공원에서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주장하는 시위대가 줄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들 시위대 반대편에는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을 환영하고 평화협정과 주한미군철수를 찬성하는 사람들의 외침이 있을 것이다. 이들 시위대는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의 개막식 및 폐막식에서도 사용된 한반도기를 들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한 가지 이유로 미북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이 연구원은 이번 미북정상회담으로 북한이 對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북한은 모든 원유 공급과 절반에 가까운 식량 공급을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그는 연세대학교 포럼에서 “북한을 둘러싼 게임이 변화하고 있다”며 “현재 미국이 이 게임의 선두주자로서 협상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시진핑 주석은 김정은과 베이징과 다롄에서 두 번의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미국이 주도적으로 판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이 상황을 깨고 싶어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편, 미국은 중국을 묶어 두고 싶어한다. 이 게임은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협상을 맺을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donald@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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