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침체된 글로벌 경제...스태그플레이션 진입 관측
우크라 전쟁으로 '워세션'까지...'퍼펙트 스톰'으로 이어질 수도
원자재 가격 70% 이상 급등, 물가 상승 압력에 금리 급상승
이자 상환 부담 갈수록 커져...성장률 기상도는 '잔뜩 흐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반여농산물시장역에서 김윤일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센텀2지구 도시첨단산업단지 부지 관련 브리핑을 듣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반여농산물시장역에서 김윤일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센텀2지구 도시첨단산업단지 부지 관련 브리핑을 듣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에 따르면 OECD 38개 회원국의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7%로 걸프전 직전인 1990년 12월 이후 31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세계 경제는 이미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오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7일 "우크라이나 사태는 코로나19 여파로부터 빠져나오려고 하는 세계 경제의 회복세를 둔화시킬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과 성장 둔화라는 두 가지 위험이 올해 세계 경제를 강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워세션(war-cession)의 위험도 부상하고 있다. 워세션은 전쟁(war)과 경기침체(recession)의 합성어다. 월가의 투자 전략가인 데이비드 로슈가 전쟁 상황에서 촉발되는 경기침체를 강조하며 사용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경기침체 국면에서는 생산과 수요가 감소하며 인플레이션 압력도 하락한다. 하지만 워세션의 경우 생산과 수요가 감소하는 와중에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승한다는 게 특징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9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4%에서 3.6%로 내렸다. 세계은행(WB)도 4.1%에서 3.2%로 1%포인트 가까이 하향 조정했다. 불행은 겹쳐서 온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세계 무역 성장세가 반토막 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인플레이션→스태그플레이션→워세션을 거쳐 퍼펙트 스톰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그려지고 있는 셈이다. 퍼펙트 스톰은 태풍이나 가뭄 등이 동시에 일어나 엄청난 파괴력을 행사하는 현상을 말한다. 기후용어인 이 말을 경제 분야에서 사용할 때는 통상 심각한 세계 경제의 위기를 일컫는다.

◇ 소규모 개방 경제 한국…글로벌 경기 변동에 취약

한국 경제는 흔히 소규모 개방 경제로 불린다. 경제의 개방도는 높은 반면 규모는 국제시장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정도가 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만큼 글로벌 경기 변동에 민감하다. 아니 취약하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국제 원자재 가격은 물론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의 물가 상승에도 영향을 받는 것이 대표적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의 원자재 수입액은 349억 달러를 기록했다. 정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월 기준 최고치다. 229억 달러를 기록한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52.4%, 직전 달인 2월의 282억 달러 대비로는 23.8% 늘었다.

3월 원자재 수입 규모를 중량 기준으로 보면 4500만톤이다. 329억 달러로 수입액 역대 2위인 올해 1월의 4733만톤보다 적다. 상대적으로 적은 중량을 수입했는데도 가장 비싼 돈을 냈다는 것은 그만큼 국제 원자재 가격이 치솟았다는 의미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연초 대비 국제 원자재 가격은 70% 이상 급등했다.

이 와중에 원·달러 환율이 복병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2월 평균 1198.34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평균 1221.03원으로 1.9%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 상승→생산자물가 상승→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지난달 수입물가는 전월보다 7.3% 올랐다. 3개월 연속 상승세다. 1년 전과 비교하면 35.5% 뛰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0~2021년 평균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입 비중은 79.6%로 80%에 육박한 상황이다. 지난 2000~2007년의 평균 56.4%보다 23.2%포인트 늘었다. 이는 그만큼 주요국으로부터의 수입물가 영향이 커졌다는 얘기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8.5% 올라 1981년 12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도 1년 전보다 8.3% 급등했다. 중국의 생산자물가 급등은 ‘인플레이션 수출’을 야기할 수 있는 요인이다.

◇ 급격한 금리 인상은 금융시스템 붕괴 초래할 수 있어

통계청이 지난 5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1%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3.2%를 시작으로 올들어 지난 2월의 3.7%까지 5개월 연속 3%대를 기록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에 진입한 것이다. 지난 2011년 12월의 4.2% 이후 10년 3개월 만이다.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 압력으로 긴축 속도가 빨라져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인상,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자산가격이 하락하고 연체율이 급등하는 등 금융시스템 붕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것도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한꺼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씩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이다. 미 연준 내부에서는 28년 만에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IMF는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의 가속 페달을 밟으면 수요와 교역이 둔화하는 한편 신흥국에서 자본유출과 통화가치 하락이 동시에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높아진 미국의 금리를 좇아 돈이 빠져나가고, 이 과정에서 신흥국 환율이 급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 지난 15일까지 코스피, 코스닥,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 등에서 21조원을 순매도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8월 이후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미국은 이제 막 인상을 시작한 만큼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더 내다 팔 가능성이 큰 상태다. 지난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 때 1240원을 넘어섰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도 오른다. 지난해 금융권의 가계부채는 1862조원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대출의 76%가 변동금리다. ‘빚투’, ‘영끌’열풍에 올라탄 차주들이 이제는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상환 부담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 무역수지 적자, 중국 경기둔화, 성장률 하락 ‘빨간불’

무역수지는 이달에도 적자 상황이 이어지면서 올들어 지난 10일까지의 누적 적자 규모가 74억7600만 달러로 불어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79억8700만 달러 흑자를 냈던 상황과 완전히 딴판이다. 중국의 경기둔화에 따라 앞으로의 수출 환경은 더욱 암담한 상황이다.

중국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4.8%에 머물며 연간 목표치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이 같은 성장률은 코로나19 기저효과에 따른 지난해 1분기 18.3%에 비해 크게 낮아진 수치다. 특히 3월 들어 중국의 기술·금융·무역 중심지인 선전과 상하이를 포함한 대도시들이 전면 또는 부분 봉쇄되면서 중국 경제에 끼치는 피해가 과거 우한 사태 때를 능가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 가운데 중국 비중은 25.3%, 금액 기준으로는 1629억 달러에 달한다.

이 같은 상황으로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기상도(氣象圖)는 잔뜩 흐림을 예고하고 있다. 당초 정부와 한국은행은 3%대를 예상했다. 하지만 IMF는 이를 2.5%로 내렸고, 민간 경제연구소 역시 2%대 중반을 점치고 있다.

한마디로 윤석열 정부는 겹겹이 쌓인 악재를 맞닥뜨리며 출범하게 됐다. 최악의 경제지표를 넘겨받아 시작부터 비상등이 들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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