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3주 연속 보합을 기록했다. 재건축을 비롯한 일부 고가 아파트 가격이 올랐으나 중저가 단지에서 종전 금액보다 싼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진 영향이다. 21일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값은 보합을 기록하며 이달 들어 3주 연속 제자리걸음을 했다. 대통령실 이전 호재가 있는 용산구가 지난주에 이어 0.03% 상승했고 서초구와 강남구도 각각 0.03% 올랐고 송파구도 다시 보합으로 전환됐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연합
서울 아파트값이 3주 연속 보합을 기록했다. 재건축을 비롯한 일부 고가 아파트 가격이 올랐으나 중저가 단지에서 종전 금액보다 싼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진 영향이다. 21일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값은 보합을 기록하며 이달 들어 3주 연속 제자리걸음을 했다. 대통령실 이전 호재가 있는 용산구가 지난주에 이어 0.03% 상승했고 서초구와 강남구도 각각 0.03% 올랐고 송파구도 다시 보합으로 전환됐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연합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시작부터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게 됐다. 대선 당시 발표했던 공약이 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집값 동향의 대표적 지표로 꼽히는 강남권의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등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매수자와 매도자의 눈치싸움이 이어지고 있지만 급등을 예고하는 전조 현상들이 잇따르고 있다.

윤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부동산 안정화 대책으로 다양한 형태의 주택 공급과 세 부담 및 대출 규제 완화를 제시했다. 특히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보유세 완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대폭 확대도 언급했다.

공약 그대로 정책을 발표할 경우 집값 급등의 ‘불쏘시개’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윤 정부 역시 정책 발표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실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주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5월 10일 이후로 미뤘다. 새 정부에서 부동산 공급, 수요, 세제, 대출 등 모든 것을 망라해 종합적으로 정책을 발표하지 않을 경우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 초까지 얼어붙어 있던 서울의 아파트 매수심리가 꿈틀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셋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주일 전보다 0.4포인트 상승한 91.4로 조사됐다. 서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 2월 28일 86.8까지 하락했지만 대선 직전인 3월 7일 87.0으로 반등한 이후 7주 연속 상승했다.

이처럼 수요 측면의 압력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데, 서울 주요 재개발·재건축 단지들의 분양 일정은 잇따라 연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재개발·재건축 규제로 가뜩이나 부족한 공급 물량이 더 줄어들면서 서울 집값이 재차 상승곡선을 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 서울에 공급되는 아파트 물량은 당초 4만7272가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 가운데 61%에 달하는 2만8844가구가 분양 연기, 사업 변경, 공사 중단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둔촌주공, 이문1·2구역, 잠실 진주 등이 대표적이다.

철근·콘크리트·골재 등 건설자재 가격 폭등 역시 복병으로 등장한 상태다. 전국의 건설현장에서 착공이 지연되거나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속출하면서 건설업계에서는 건축비 인상을 강력 요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매년 3월 1일과 9월 15일을 기준으로 두 차례 기본형 건축비를 정기 고시한다. 정기 고시 이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주요 건설자재 가격이 15% 넘게 변동되면 이를 반영해 기본형 건축비를 추가 조정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공동주택 기본형 건축비를 지난해 9월 대비 2.64% 올렸다. 하지만 이후에도 건설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를 감안해 지난 3월 고시 이후 3개월이 지나는 시점인 6월 1일 이후 건설자재 가격 변동률을 보고 건축비를 추가 조정할 예정이다. 기본형 건축비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의 분양가격을 책정하는 기준이다. 이에 따라 서울 등 수도권 대부분 지역의 분양가격도 함께 오르게 된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부동산 전문가 10명 중 6명은 지난해에 비해 올해 서울 주택 매매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부동산학회가 지난 19일 전문가 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정부 주택정책 관련 의견조사’에 따르면 올해 서울 주택 매매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답변한 전문가는 61.8%에 달했다. 전문가들이 예상한 평균 상승치는 2.1%다. 하락할 것이라고 응답한 전문가는 34.6%였다.

이는 올해 초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른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1월 공개한 전문가 설문조사에서는 올해 주택 매매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답한 비중이 51.8%에 달했다. 반면 상승을 전망한 답변은 30%가량에 그쳤다.

최근 서울 집값 불안의 중심에는 재건축 규제 완화가 있다. 시장에서는 안전진단 규제 완화와 함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개편까지 추진될 경우 서울 강남권을 넘어 전국의 재건축 단지 아파트값이 들썩이며 부동산 시장이 또 한 번 과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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