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하려다 ‘창밖의 남자’ 된 文 대통령
‘중재’하려다 ‘창밖의 남자’ 된 文 대통령
  • 김영호 교수
  • 승인 2018.0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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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저스틴 최 기자
그래픽=저스틴 최 기자

◇비현실적 중재자론이 부른 '외교 참사'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재외교’를 펼치려던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어느 누구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는 ‘창밖의 남자’가 되고 말았다. 어제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은 그 형식부터가 굴욕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30여분에 걸친 기자회견에서 단독정상회담에서 할 얘기를 다해버렸다.

정작 두 정상은 그보다 훨씬 짧은 만남을 갖고 각자 헤어져 갔다. 문재인 대통령의 굴욕외교는 국민의 자존심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그의 ‘중재외교’는 처음부터 북한을 편들고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갔기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했던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처음에는 ‘운전자론’을 제시했다. 그러다가 대통령되고 나서 국제정치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한국외교사에 길이 남을 말을 한 후 ‘중재자론’으로 선회했다. 애초부터 문 대통령이 운전하고자 했던 자동차는 타이어가 모두 펑크가 나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뒤늦게 그 상황을 깨닫고 중재자로 자처하고 나섰지만 중재자로서 자세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는 데 문제였다. 이번 한미정상회담 이후에는 미국과 북한에 의해서 차창 밖으로 밀려나서 ‘창밖의 남자’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운전석에 트럼프, 조수석에는 김정은

이제 운전석에는 트럼프, 조수석에는 김정은이 앉아 있는 형국이다. 김정은은 트럼프로부터 운전석을 뺏아 비핵화와 관련하여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차를 몰려고 하고 있다. 트럼프는 절대로 운전석을 뺏기지 않겠다고 하면서 ‘일괄타결식의 검증 가능한 완전 핵 폐기’가 아니면 리비아식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 밖에 없다고 공언하고 있다.

남북관계와 한미관계에서 한국 외교 입지가 이렇게 좁아지고 존재감이 없어진 적은 한국외교사에서 그 전례를 찾을 수 없다. 모든 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운 비현실적인 ‘중재외교론’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3년에 전시작전권을 환수하겠다고 한다. 이것은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 조치다.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미국의 신뢰를 얻으면서 중재자를 자처해도 미국이 들어줄까 말까할 것이다. 북핵 위기도 전혀 해소되지 않았는데 한미연합방위체제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안보정책을 펼치는 문재인 정부를 과연 미국은 납득할 수 있을까?

전작권 환수를 발표한 송영무 국방장관이 두 손으로 주적(主敵)의 수괴(首魁) 김정은이 따라주는 술을 받아먹어도 되는 것인가? 상식을 가진 국민과 미국 관리라고 하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문재인 정부 하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출처=레이더P [차명진 카툰]
출처=레이더P [차명진 카툰]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매우 반미적인 노선을 표방해 왔다. 그는 집권 이후에도 ‘반미친중’(反美親中)노선을 따르고 있다. 2017년 10월말에 발표된 ‘3불(不) 합의’가 그 대표적 예다. 사드 추가 배치 금지, 미사일 방어체제(MD) 가입 금지, 한미일 군사동맹 금지 등이 그것이다. 이렇게 반미적이고 친중적 안보정책을 펼치면서 백악관에 찾아가서 중재를 하겠다고 하면 트럼프와 폼페이오와 볼턴이 문재인 대통령의 진정성을 믿어줄 것인가?

문 대통령의 ‘중재외교’는 북한이 입만 열면 내세우는 선전적 구호인 ‘대북한 적대시정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데 더욱 커다란 문제가 있다. 북한은 미국과 한국의 적대시정책을 거짓선동하며 핵 개발과 인권 탄압을 정당화하고 있다.

◇소련이 먼저 부르짖던 '美의 對소련 적대시정책'

이 용어는 북한이 먼저 사용한 것이 아니다. 냉전 당시 소련이 미국에게 항상 했던 말이 ‘미국의 대소련적대시정책’이었다. 이것은 소련체제의 모순과 문제점들을 모두 외부의 탓으로 돌리기 위한 하나의 선전 구호였다.

북한이 이것을 그대로 따라서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은 소련과 북한의 선전 구호가 갖는 의미를 훤하게 꿰고 있다. 중재외교를 내세워 북한의 선전 구호에 힘을 실어주는 문재인 대통령을 미국은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낸 세금으로 비행기를 워싱턴까지 타고 가서 한미동맹을 강화시키고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고 두둔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보면서 상식을 가지 국민이라면 과연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남북정상회담과 예정된 미북정상회담을 둘러싸고 국내외 정세가 어지럽게 돌아가고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정식 기자회견을 통해서 국민에게 그 상황을 한번 자세히 설명해본 적이 있는가? 우리 국민은 그런 얘기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을 통해서 들어야만 하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부터라도 중재자론을 버리고 한미동맹과 확고한 한미일 협조체제를 구축해 북핵 위기에 대처해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문재인 정권의 위기는 밖이 안을 헤집어 생각보다 더 빨리 찾아올지도 모른다.  

kyh2018@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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