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왼쪽)가 12일 오전 의장실에서 만나 박병석 국회의장 앞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왼쪽)가 12일 오전 의장실에서 만나 박병석 국회의장 앞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입법 추진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반발해 극한 대치 국면을 연출하던 국민의힘이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찰개혁법 중재안’을 전격 수용하며 혼란했던 정국이 봉합 국면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한국형 FBI(미 연방 수사국)’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후속논의가 또다시 남아있어 여야 대립이 재발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오수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지휘부가 ‘검수완박’ 시기만 늦췄을 뿐 언젠가 또다시 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며 총사퇴로 강한 반발을 표출한 가운데 민심 또한 여야 합의를 ‘야합’으로 규정하며 비판하고 나서면서 파행 가능성은 앞으로도 높다는 전망이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지난 22일 합의로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구성에 들어간다. 민주당 7명, 국민의힘 5명, 비교섭단체 1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되는 사개특위는 위원장을 민주당이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교섭단체 1명은 의석수에 따라 정의당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총 8개 항으로 구성된 합의문 내용을 보면 우선 검찰의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키로 했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한시적이며, 직접 수사의 경우에도 수사와 기소 검사는 분리토록 했다.

또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에서 4대 범죄(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는 삭제키로 했다. ‘부패’와 ‘경제’ 수사권은 남긴 것이다. 특히 검찰의 직접 수사 총량을 줄이기 위해 현재 5개의 반부패강력수사부를 3개로 감축하고, 남은 3개의 반부패 검사 수도 일정 수준으로 제한키로 규정했다.

범죄의 당위성과 동일성을 벗어나는 별건 수사는 금지된다. 검찰의 시정 조치 요구 사건과 고소인이 이의를 제기한 사건 등에 대해서도 사건의 동일성과 단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수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사실상 검찰의 보완 수사권은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중수청이 출범하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폐지한다. 남아 있던 부패와 경제 수사권도 중수청 설립 이후에 이관된다. 사개특위는 중수청 신설에 따른 다른 수사 기관의 권한 조정도 함께 논의키로 했다. 모든 수사기관의 수사에 대한 공정성·중립성과 사법적 통제를 담보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마련키로 했다. 또 공수처 공무원이 일으킨 범죄는 검찰의 직무에 포함키로 했다.

합의문에 따라 여야 원내대표는 오는 28일 또는 29일 본회의를 열어 검찰개혁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사개특위 안건을 처리하기로 했다. 금주 초부터 실무 협의를 통해 사개특위 구성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사개특위의 과제는 ‘한국형 FBI(미 연방 수사국)’인 중수청 관련 입법을 만드는 것이다. 중수청은 6개월 이내 사개특위에서 입법이 이뤄지고, 1년 내 출범하는 스케줄로 추진된다. 그러나 순조로운 출범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중수청은 검찰의 수사권을 넘겨받는 핵심 조직이다보니, 중수청 관할 및 중수청장 임명권 등을 놓고 여야의 첨예한 대립이 불가피해 보인다. 중수청 설립과 동시에 공수처를 폐지할지 말지, 경찰청 내 국가수사본부 산하에 있는 반부패수사팀을 중수청으로 이전할지 등이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수사업무 교통정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한 경찰과 중수청이 무소불위 권력기관이 되지 않도록 사법통제를 하기 위해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다시 부활해야 한다는 등 사개특위 논의 과정에서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중수청도 권력기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민주적 통제 방안을 함께 만들어야 하고, 수사절차법도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여야가 합의하더라도 사개특위가 제대로 돌아가고 법안이 약속한 시기에 만들어질 수 있으지도 의문이다.

만약 중수청 법안의 합의가 늦어진다면, 검찰의 직접 수사권 폐지가 유야무야될 수 있는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 검찰 직접수사권의 폐지 시기가 ‘중수청 출범’과 연계되는 이유다. 이와 함께 사개특위에서 중수청 입법에 합의를 이루더라도, 다음 단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또다시 진통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중수청 설립 법안은 사개특위→법사위→본회의를 거치게 되며, 21대 후반기 국회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을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여야 합의가 불발돼 민주당이 172석의 의석수를 활용해 법안을 본회의에서 ‘민주당 안(案)’으로 단독 처리할 경우, 다음 달 대통령에 취임하는 윤 당선인이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한편 국민의힘 일각에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 때문에 민주당이 합의 없이 일방통행식으로 중수청 설립 등 법안을 처리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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