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근
박석근

지난 11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한국국회 화상연설에서 러시아 전차, 함선, 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군사장비 제공을 요청했다. 뒤이어 우크라이나 국방장관도 우리 국방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대공무기 지원을 특별히 요청했다. 15일에는 주한우크라이나 대사가 한국 방산업체 LIG넥스원을 방문하기로 했지만, 동행하기로 약속했던 청와대 측 관계자가 갑자기 계획을 취소하여 없던 일이 돼 버렸다. LIG넥스원은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천궁’과 휴대용 지대공미사일 ‘신궁’을 생산한다. 문재인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간곡한 요청을 매번 거절하고 있는 바, 이런 결정이 과연 옳은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무기지원에 따른 외교적 위험을 살펴보자. 만약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면 러시아는 한국을 적대국으로 간주하여 보복을 가할 것이고, 미국의 대북제재 회피를 적극 도울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 북·중·러 동맹구도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다음으로 경제적 위험을 살펴보자. 현재 국내 대기업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설립한 해외법인은 각각 53개와 12개로 파악된다. 그룹별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18개로 가장 많다. 삼성·롯데그룹은 각각 9개 법인을 러시아에 설립했다. 단순히 법인 숫자만 따지면 우크라이나보다 러시아가 4배나 많다. 러시아에 진출한 기업의 피해가 불가피한 대목이다. 그렇긴 하지만 한·러교역 상당부분은 원자재 수입으로 수출기업보다 수입기업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함으로써 예상되는 국익은 다음과 같다. 무엇보다 한국산 무기체계의 우수성을 세계만방에 떨칠 기회를 잡는다. 방산 관련 무역규모는 해마다 증가하여 2022년 기준 수출액 규모가 연간 100억 달러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세계 5위권 진입을 앞두고 있다. 더구나 이번 전쟁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아니라 푸틴과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전 세계가 푸틴의 전쟁범죄를 규탄하고 있다. 러시아는 쇠락의 길을 걸을 게 자명하다. 그 시점에는 언제나 독재자가 등장했다고 세계사교과서는 가르치고 있지 않은가. 비록 지금은 우크라이나와의 교역규모가 작지만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한국은 종전 후 우크라이나 재건에 지분을 얻게 되고, 한미동맹 강화는 물론 서방의 우방국들과 교역규모를 크게 늘일 수 있다.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만 해도 그렇다. K-방산무기체계가 실전에서 위용을 떨치면 김정은과 북한군부는 위축될 것이다. 북한 자극과 그에 따른 도발우려는 친북반미주의자들의 계책이다. 그 자들은 우크라이나에 미국의 비밀화학무기제조공장의 존재가 밝혀졌다고 연일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 도발억지는 오직 적을 압도하는 군사력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신궁’무기체계를 수출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국익에 도움이 된다.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차원의 물자지원만 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방침은 그 출발부터 잘못된 친중·북·러 정책에 기인한다. 러시아는 이미 한국을 적대국으로 분류했다. 인도적 차원의 물자지원만 제공함으로써 러시아가 정상참작 할 것이란 기대는 이른바 약소국이 알아서 슬슬 기는 처사요 천진한 소년의 생각이다. 세계 10위 경제대국 대통령이 할 생각은 아닌 것이다. 거기다 북·중·러 동맹구도는 한층 강화되었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 달리 대북·러 정책에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국가 간의 관계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국제정치외교의 진리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서로 이익이 되면 교역하고 그렇지 않으면 안 하는 게 국제관계 질서 아닌가. 러시아 시장을 지킨다는 명분하에 소탐대실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러시아 시장 보다 더 큰 세계 시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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