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방향성을 좌우할 수 있는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가 24일(현지시간) 치뤄졌다. 친러시아 성향 마린 르펜 후보의 소속 정당 ‘국민연합(NR)’이 러시아 군수업체에 거액의 빚을 상환 중인 것으로 알려져 막판 표심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22일 공개한 계약서 사본에 따르면 "NR은 2020년부터 2028년까지 러시아 항공기 부품회사 ‘아비아자프차스트’(Aviazapchast)에 대출 총액 1200만 유로(약 161억원)에 대한 원리금을 분기별로 상환 중"이다. 모스크바에 본사를 둔 아비아자프차스트는 러시아 군용기에 쓰이는 재생부품·연료·윤활유 등을 중동·아시아·아프리카 등에 공급한다. 2020년 이란·북한 등에 무기를 넘겼다는 이유로 미 국무부의 제재 대상이 된 업체다.
NR은 앞서 2014년 러시아 은행 ‘퍼스트 체코-러시아은행’에서 940만 유로를 빌린 바 있다. 원래 대출의 상환일이 2019년 9월이었지만, 아비아자프차스트가 2016년 이 대출에 대한 채권을 넘겨받으면서 2028년까지 거의 10년 가까이 미뤄졌다. 프랑스 정당의 통상적 대출상환 기간보다 훨씬 긴 계약이며, 이를 바탕으로 르펜의 대선 출마가 가능했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프랑스에선 은행이나 기업이 정당에 선거자금을 기부할 수 없고, 대출만 가능하다. NR 측은 대출 계약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출 이율 6% 수준이면, 아비아자프차스트 측이 투자금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받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본다." 또 "프랑스 은행들이 대출을 꺼렸기 때문에 해외 은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르펜 후보의 기존 주장이라고 WSJ이 전했다.
대선 결선의 승패는 ‘부동층’과 ‘기권표’가 가를 전망이다. ‘反(반)우파’ ‘反마크롱’의 대결인 만큼 부동층의 선택이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결선 투표에서의 기권율이 1차 투표의 수치(26.31%·1282만명)를 넘어 설 것으로 본다. 어느 쪽 지지층에서 ‘기권’이 많이 나올지가 관건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위를 점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6~15%포인트 수준이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이 남성적 매력을 어필하는 식의 ‘유권자 구애’에 나서 눈길을 끈다. 단추가 풀린 셔츠를 입고 가슴털을 노출한 사진이 자신의 전속 사진작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됐다. ‘이미지 정치학’이라는 논평이 무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