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는다" 통보 후 연락 두절...기시다 "모든 수단 동원" 지시
사고원인으로 운항사의 안전불감증 제기...'세월호 참사' 떠올라

일본 홋카이도섬 우토로에서 24일 구조대원들이 해양 순시선 헬리콥터로 이송돼온 침몰 관광선 탑승자를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전날 홋카이도 시레토코반도 앞바다에서 26명이 탄 관광선이 침몰했다. /EPA·지지통신=연합
일본 홋카이도섬 우토로에서 24일 구조대원들이 해양 순시선 헬리콥터로 이송돼온 침몰 관광선 탑승자를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전날 홋카이도 시레토코반도 앞바다에서 26명이 탄 관광선이 침몰했다. /EPA·지지통신=연합

일본 홋카이도 북동쪽 끝의 시레토코 반도 앞바다에서 관광선이 침몰했다. 24일 NHK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15분쯤 19톤 규모의 관광선 ‘카즈 1’은 "뱃머리 부분이 침수돼 가라앉고 있다"며 일본 해상보안청에 구조요청을 보냈다. 이후 오후 2시쯤 "선체가 30도 정도 기울었다"는 통보를 마지막으로 연락이 두절됐다. 탑승객은 어린이 2명 포함, 총 26명이다.

‘제4회 아시아·태평양 물 정상회의’ 참석차 구마모토시(熊本)를 방문 중이던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전날 밤 급거 도쿄로 복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인명 구조에 나설 것을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일본 언론들이 ‘사고 원인’으로 관광선 운항회사의 안전불감증을 제기한다. 사고 당일 현장 주변 해역은 오전부터 강풍과 3m 높이의 파도가 있었다. 출항했던 어선들이 오전 중 복귀할 정도였다. 다른 선박 운항회사의 관계자는 사고를 낸 카즈1에 대해 "지난해 좌초돼 뱃머리 부분이 망가졌는데, 고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온 나라를 집단 우울증에 빠뜨리며 깊은 상흔을 남긴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1994년 6월 일본 나가사키현에서 처음 건조된 세월호는 2012년 10월까지 18년 동안 가고시마와 오키나와에서 운항돼다 한국의 청해진해운이 인수했다. 중고선을 무리하게 증축·개조 한 것이 문제였다. 화물을 고정시켜야 한다는 매뉴얼도 지켜지지 않았다. 사고 발생 후 8년, 9번에 걸친 조사가 있었으나, 정확한 침몰 원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제기된 의혹 모두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잠수함 충돌설·CCTV 조작설’ 등 무수한 음모론도 시들해진 상태다.

약 2주 후면 임기를 마치는 문재인 대통령의 관련 발언이 화제다. 세월호 참사 8주기인 지난 16일 "세월호의 진실을 성역 없이 밝히는 일은 아이들을 온전히 떠나보내는 일이며 나라의 안전을 확고히 다지는 일", "진상규명·피해지원·제도개선을 위해 출범한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달라." 대통령의 이 발언에 분노를 표하는 시민들이 많다. 특히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정권 초엔 인수위 없이 들어섰다, 지자체 선거가 있다, 평창올림픽 끝날 때까지 등등 ‘기다려달라’는 말만 연발하더니 이젠 그마저 할말이 없는 모양"이라고 허탈해 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약속하며 들어선 새 정부가 5년 임기를 마감하는 순간이 왔다. 180석에 달하는 국회의석을 갖고도 진상규명은 제자리 걸음이다." 국민주권실현 적폐청산 대전운동본부 ‘4·16특별위원회’가 기자회견문에서 입장을 밝혔다.

한편 현재 ‘카즈1’ 탑승자 중 9명이 발견됐지만 다수가 의식불명 상태다. 세월호 참사 규명이 집권 명분의 하나였던 정권의 무책임한 뒷모습을 목도하며, 우리국민들은 일본 정부가 이번 사고를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보게 될 것이다.

/NHK 홈페이지 캡처
/NHK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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