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특화형 매장은 최근 편의점업계의 가장 핫한 테마다. 세븐일레븐의 와인 전문 콘셉트 매장 ‘와인스튜디오’ 서울 KT강남점 모습. /세븐일레븐
주류 특화형 매장은 최근 편의점업계의 가장 핫한 테마다. 세븐일레븐의 와인 전문 콘셉트 매장 ‘와인스튜디오’ 서울 KT강남점 모습. /세븐일레븐
 

‘슬세권’(슬리퍼 세권)의 유통 최강자로 군림하는 편의점이 진화하고 있다. 티 테이블을 갖춘 카페형 점포부터 주류백화점을 방불케 하는 술 전문 매장, 다양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금융 복합 매장까지 등장했다. 고객 접근성에 주목해 점포수 늘리기 경쟁에 몰두했던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소비 경험 제공을 통해 일부러 찾아오는 매장 만들기로 미래 성장의 중심축을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씨유(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주요 편의점 업체들이 특화매장 개점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현재 편의점 업계가 공을 들이며 투자 중인 특화매장은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카페형과 금융형, 주류 특화형, 먹거리 특화형이 그것이다. 이중 카페형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유행했던 방식이다. 카페보다 저렴하게 커피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는 강점을 앞세워 점포 내외부에 테이블을 갖추고 동네 쉼터로서 고객을 유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은 업체를 불문하고 유휴공간을 가진 모든 편의점이 이 형태로 개점·운영되고 있다.

또 금융형은 지난해 10월 CU가 하나은행과 함께 업계 최초로 선보인 이래 부쩍 뜨고 있는 특화매장이다. 당시 CU는 서울 송파구 마천파크점을 리뉴얼하고 내부공간 일부를 하나은행존으로 꾸몄다. 화상상담 기능을 갖춘 스마트 키오스크로 입출금과 계좌 개설, 체크카드·보안카드 발급까지 50여개 은행업무를 제공하자 주민 발길이 이어졌고 매출이 20%나 뛰었다.

이후 CU·세븐일레븐·이마트24도 각각 하나은행·대구은행·국민은행과 깜부를 맺고 편의점과 은행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유통산업연합회 관계자는 "편의점은 집객 효과, 시중은행은 경영 효율화를 위한 지점 통폐합 과정에서 불거진 고객 불만을 잠재우는 윈윈이 가능하다"며 "상호 시너지가 확실한 만큼 빠른 확산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주류 특화형의 경우 최근 편의점업계의 가장 핫한 테마다. 전체 매대의 60~70%를 와인·위스키·샴페인·전통주 등으로 채운 편의점이 전국에서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핵심고객인 1~2인 가구와 MZ세대를 중심으로 혼술 문화가 자리매김한데 맞춰 편의점을 젊은층의 주류 유통채널로 정착시키기 위한 시도다.

관련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이마트24는 이미 3600여곳의 주류 특화매장을 운영 중이며 연내 4000곳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CU와 세븐일레븐도 각각 5000여개, 4200여개 와인 매대 운영점의 주류 특화형 전환에 한창이며 GS25는 지난달 전북 전주본점에 1000여종의 주류를 구비한 특화매장을 오픈하며 첫발을 내딛었다.

신선·냉동식품, 가정간편식, 밀키트 등의 비중을 대폭 키운 먹거리 특화형 역시 1~2인 가구와 MZ세대를 겨냥한다. 세븐일레븐의 식품 특화 매장 ‘푸드드림’, MZ세대가 선호하는 푸드 전문몰 쿠캣의 상품으로 주목도를 높인 GS25의 서울 합정동·수원 행리단길 플래그십 매장이 대표적이다.

각 편의점 운영사마다 철저한 매출·상권 분석을 거쳐 특화매장의 종류와 위치를 정하기 때문에 매출 증대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실제 GS25의 합정동·행리단길 매장은 냉동상품 매출이 일반 점포의 13배에 이르며, CU 주류 특화매장의 와인과 양주 매출은 일반 매장 대비 각각 8.8배, 12.6배나 많다. 편의점업계가 특화매장에 승부를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울러 일반 점포의 집객률 제고를 위한 특화서비스 도입 열기도 뜨겁다. 세븐일레븐의 민원서류 출력서비스(서울 공릉점), CU의 단기 물품대여서비스(BGF사옥점), GS25의 세탁서비스 등이 실례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관계자는 "특화매장과 특화서비스 모두 편의점을 찾을 이유를 늘리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며 "고객의 발길을 이끌 더 특별한 서비스의 발굴을 위해 편의점업계와 이종업종 간 협업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까운 곳을 편하게 찾는 유통채널의 성격이 강했던 편의점이 차별화되고 특별한 소비 경험 제공을 통해 고객이 일부러 찾아오는 매장으로 변신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주요 금융 무처리가 가능한 강원도 정선 소재 GS25고한점. /신한은행
가까운 곳을 편하게 찾는 유통채널의 성격이 강했던 편의점이 차별화되고 특별한 소비 경험 제공을 통해 고객이 일부러 찾아오는 매장으로 변신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주요 금융 무처리가 가능한 강원도 정선 소재 GS25고한점. /신한은행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