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p 격차로 여유있게 승리...20년만에 첫 재선 대통령 탄생
고배 마신 르펜 "희망 봤다"...서방 지도자들 선거결과에 '안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결선 투표에서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를 누르고 연임에 성공했다. /AP=연합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결선 투표에서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를 누르고 연임에 성공했다. /AP=연합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44·전진하는공화국·LREM)이 24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58.3%(개표율 99% 기준)의 지지를 얻으며 연임에 성공했다. 프랑스 역대 최연소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세웠던 마크롱은, 이로써 20년 만에 재선에 성공한 프랑스 대통령이 됐다.

승리가 확인된 후 마크롱 대통령은 연단에 서서 "모두를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 "나의 사상을 지지해서라기보다 극우의 사상을 막기 위해 나에게 투표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극우’로 불리는 마린 르펜 후보와의 격차가 지난 대선 때보다 많이 좁혀졌음을 의식한 발언이다.

‘리턴 매치’에서 고배를 마신 마린 르펜(54·국민연합·RN) 후보는 이날 오후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득표율(41.7%) 자체만으로 "눈부신 승리"라고 자평했다. ‘극우’ 낙인과 거부감 때문에 주류에 속해본 적 없는 자신의 정당을 대중 정당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것이다. "희망을 봤다" 르펜 후보의 이 한마디엔 프랑스에서 그간 보수주의자의 위상이 얼마나 열악했었는지 말해준다. 우파를 악마화 하는 경향이 보편적이다. 그 이미지를 불식시키려, 르펜 후보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종교·인종 등 논란을 일으킬 만한 발언을 자제해 왔다. 이번 대선의 기권자 비율은 28%로 1969년 이후 최고치였지만, "극우 후보의 지지율은 역대 최고 수준에 달했다(르몽드)."

서방세계의 지도자들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르펜 후보가 "프랑스법이 유럽연합(EU) 규칙보다 우위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EU는 초국가적 역할 대신 느슨한 동맹이 되어야 한다고 주창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르펜이 당선되면 영국처럼 프랑스도 EU를 떠나는 이른바 ‘프렉시트’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독일과 더불어 EU 최대 분담금을 부담해온 프랑스다. ‘프렉시트’는 EU에 재앙적 상황일 수밖에 없다. 독일·스페인·포르투갈 총리가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를 앞두고 일간 르몽드에 유럽의 이름으로 르펜 후보를 뽑지 말아 달라는 기고를 하기도 했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더타임스는 EU·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프랑스 기득권층이 이번 선거 결과에 안도할 것이라면서, 르펜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했다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한서방 진영의 연대와 일치된 노력에 재앙을 안겼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분열된 민심이 극명하게 드러난 대선 결과로, 6월 국회의원 선거가 한층 주목받게 됐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후보가 24일 저녁(현지시간) 파리의 파빌리옹 다르므농빌에서 대선 패배를 인정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치러진 결선 투표에서 에마뉘엘 마크롱(44) 대통령에게 패한 르펜 후보는 자신의 득표율 자체만으로는 "눈부신 승리"라고 자평하면서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AFP=연합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후보가 24일 저녁(현지시간) 파리의 파빌리옹 다르므농빌에서 대선 패배를 인정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치러진 결선 투표에서 에마뉘엘 마크롱(44) 대통령에게 패한 르펜 후보는 자신의 득표율 자체만으로는 "눈부신 승리"라고 자평하면서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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