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야합에 사그러지지 않는 국민분노

국힘 홈피 "누구를 위한 중재안이냐" 500여 비난글
"권성동 대표는 사기꾼...양향자 만도 못하다" 격앙
"헌법에 대한 도전...이게 尹 당선인 뽑아준 결과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오전 경기도 성남 분당구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해 코로나19 백신 개발 관련 간담회를 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오전 경기도 성남 분당구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해 코로나19 백신 개발 관련 간담회를 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합의 후폭풍에 휘청거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최고위원 회의에서 ‘재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을 향한 비난이 멈추지 않고 있다.

분노한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합의 주체인 권성동 원내대표를 일본에 나라를 팔아넘긴 을사오적에 빗대 "국민을 팔아넘긴 매국노"로 규정하며 원내대표직 사퇴는 물론 정계 퇴출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투쟁을 해보지도 않고 "투쟁으로는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사실상 백기투항을 한 셈이기 때문이다.

권 원내대표가 합의한 중재안에는 부패와 경제 범죄만 검찰 수사대상으로 남기고 선거범죄와 공직자범죄는 검찰 수사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는 것이 들어있었다. 이 사안이 알려지며 국회의원들이 본인의 안위를 위해 ‘정치적 야합’을 했다며 국민의힘 전체가 비난을 뒤집어쓰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 홈페이지에는 검수완박 합의를 비난하는 글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25일까지 5000개 이상의 글이 게시되며 중재안에 합의한 것을 비난하고 있다. 비난의 화살은 상당수가 권성동 원내대표를 향하고 있다. 국민의힘 온라인 당원 게시판에는 "권성동 의원은 원내대표라는 말의 무게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 "권성동은 야합으로 정치 하는 사기꾼" "권성동은 검수완박에 반대했던 민주당 출신 양향자만도 못하다"는 취지의 글이 폭주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를 넘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국민의힘을 향해 실망감을 표출하는 글도 쏟아지고 있다. 당원들은 국민의힘 게시판에 "이렇게 하라고 윤석열 뽑아 준 것이 아니다"라며 강력한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명확한 해명을 내놔야 현 정국에 대한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3월 검찰총장 직을 사퇴하면서 "검찰의 수사권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하는 것은 검찰 개혁이 아니다"라며 "단순히 검찰 조직이 아니라 70여년 형사사법 시스템을 파괴하는 졸속 입법"이라며 "직(職)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또 "지금 진행 중인 ‘검수완박’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며 여권의 중수청 설치 추진을 맹비난했다.

윤 당선인은 검수완박에 대한 강력한 반대 입장을 확고하게 하며 지지를 끌어모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정치에 입문, 대통령 당선인까지 됐다. 그의 지금 입장이 그때와 다른 것이 아니라면, 분명히 지금의 검수완박 중재안 합의에 대해 입장을 내놓고 자당 원내대표가 그런 선택을 한 이유를 해명해야만 한다.

또 선거범죄와 공직자범죄를 검찰 수사대상에서 빼면서 ‘국회의원들의 정치 야합’이라는 비난을 들었던만큼, 20여일 뒤면 여당이 될 국민의힘은 이번 검수완박 중재안 합의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국회의원 특권 제거에 앞장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동호 자유통일당 사무총장은 이날 자유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수완박은 대한민국 헌법 가치에 대한 도전이다. 검찰에 기소권을 주는 것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전제"라며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시도는 문재인 정권과 자신들의 비리와 불법에 대한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이는 국가 권력의 부당한 행사에 대한 방기라 볼 수 있다. 법치는 모두에게 평등해야 한다"고 검수완박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이날 윤당선인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팬클럽에서도 검수완박 합의를 맹비난하는 성명이 나왔다. 김건희 페이스북 팬클럽 건희사랑(희사모)은 "국민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국민의 힘은 당장 검수완박 입법 절차를 중단하고 합의안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희사모’는 이어 "폐지해야 할 것은 검찰의 정치인, 공직자 수사권이 아니라 국회의원의 각종 특권이다. 정치권은 즉각 검수완박 멈추고 ‘국특완박(국회의원 특권 완전 박탈)’ 입법을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유재수 감찰 무마’ 등을 폭로했던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전 검찰 수사관)도 이날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통과되면 이런 사건 수사도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검찰이 아닌 경찰이 이 사건을 수사하게 됐다면 청와대에서 곧바로 경찰에 압력을 넣어 수사를 암장(暗葬)시켜버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경찰은 행정안전부의 외청(外廳)으로서 행정안전부 장관의 지휘를 받게 돼 있다. 김 전 수사관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3부 심리로 진행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전 취재진을 만나 "지금 민주당 정치인들이 검수완박이라는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고 있다"며 "세상에 어느 나라 정치인들이 자기들이 수사를 받지 않게 하는 법을 만드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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