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
김성회

4월 22일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고받은 친서 내용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친서를 통해 남북대화가 희망한 데까지 이르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북미대화가 조속히 재개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또한 "대화재개는 다음 정부의 몫이 됐다"며 "김 위원장도 한반도 평화의 대의를 갖고 남북대화에 임해주길 기대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김정은 위원장은 "아쉬운 점이 많지만, 이제껏 기울여온 노력을 바탕으로 남과 북이 정성을 쏟으면 얼마든지 남북관계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변함없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남북관계를 볼 때,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정신승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판문점 합의와 9.19 평양선언이 지울 수 없는 성과라고 이야기하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북한의 비핵화는 실패했고,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굴종은 ‘삶은 소대가리의 앙천대소’라는 비웃음을 샀을 뿐이다. 그로 인해 통일에 대한 국민의 희망과 의지는 약화되었으며, 정부의 통일정책은 북한 당국에게 이용만 당했을 뿐이다.

그것은 정치권에서 ‘남북관계와 통일’에 관한 이야기를 꺼려하는 분위기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남북관계와 통일문제는 부담스러운 비인기 종목이 되어버린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통일정책은 여기에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다. 교류와 협력을 하다보면 남북관계가 진전되고, 통일이 가까워질 수 있다는 환상을 접을 필요가 있다. 하나하나 해결하는 ‘스텝 바이 스텝’ 방식이나, 아래로부터 위로 올라가는 ‘바텀업’ 방식의 통일 정책이 실패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교류협력에서 단 하나의 루트만이 존재하는 북한에게 여러 업체나 단체가 경쟁하는 남한의 시스템은 결코 효율적이지 않고, 주도권을 쥘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즉, 시간이 가면 갈수록 도와주면서도 굴종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북한의 민간 통일역량을 키우지도 못했다. 각종 지원정책은 북한 당국자들의 배만 불려주었고, 통치제체만 강화시켜주었을 뿐이다. 100을 지원했다면 90 이상이 북한 당국자와 통치체제 강화에 쓰였고, 주민을 위해 쓰인 것은 10도 되지 않았다.

따라서 지원을 하더라도 철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지원 물품이 어디로 가고 누구에게 혜택을 주고 있는지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 또 북한 당국과 대화를 하더라도 막연한 대화보다는 실질적인 현안 중심의 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북미대화의 중개자가 아니라, 당사자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남북관계 통일정책의 출발은 남북 공동의 비전에 대한 합의에 의해 통일국가를 수립하겠다는 분명한 의지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즉, 하나하나 끼워 맞추어 통일국가로 가는 길이 아니라, 어떤 비전을 갖는 통일국가를 만들 것인가에 대해 남북이 먼저 합의해야 한다.

이는 미국 건국과정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먼저 ‘독립국가의 비전’을 세우고, 그에 입각해서 각종 제도를 마련했다. 그래서 처음 13개주에서 출발했지만, 중부 프랑스 식민지를 병합하고, 서부 멕시코 땅으로 확장할 수 있었다. 정해진 비전과 국가제도 시스템을 확장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한반도 통일국가에 대한 접근 방식도 마찬가지다. ‘스텝 바이 스텝’ ‘바텀업’ 방식이 아니라 통일국가에 대한 비전을 합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면서 교류협력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통일국가로 가는 성과가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통일정책이 실패했음을 선언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방식의 통일정책을 천명해야 한다. 그래야 바람직한 남북관계, 모두가 바라는 통일국가를 만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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