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사람은 말이 없다." 웬만한 공직자들은 그러면서 그만둔다. 영광과 치욕 모두 가슴에만 담고 가겠다는 뜻이다. 어떤 변명도 구차하기 들리기 때문이다. 당연한 몸가짐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떠나는 사람이 말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25일 방송 대담에서다. 하물며 대통령으로서 온통 변명뿐이었다. 오해 사기 충분한 말도 참지 않았다. 끝까지 대통령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는 대통령으로서 기자 브리핑·회견을 잘 하지 않는 독보의 존재였다. 스승이나 다름없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1/15 회수밖에 기자들을 만나지 않았다. "오미크론 대응 때문"이라는 말도 안 되는 핑계로 신년기자회견마저 없앨 정도였다. 국민에 대한 기본책무인 국정보고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떠나는 대통령이다. 그토록 언론을 피하던 그가 이념이 비슷한 민간방송과 홀로 대담한 것은 문제다. 대통령이 특정언론을 대놓고 편애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어떤 대통령도 그런 마무리 대담을 한 적이 없었다.

형식보다 더한 문제는 내용이었다. 그의 한 마디 한 마디 모두 답답하고 옹졸했다. 염치도 없었다. 탈원전이든, 조국 사건이든 어디 하나 잘못한 것 없이 5년을 보냈다는 투다.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받고도 한 구석 반성이나 사과도 없었다. 대선 때 "한 번도 링에 올라가지도 입도 뻥긋 못했는데 ‘선거 졌다’고 말하는 건 문제"라는 말에 이르러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이 선거에 개입했으면 이겼을 거란 말인가? 공정선거관리라는 대통령의 책무를 아직 모르는가? 도무지 대통령답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윤석열 당선인을 발탁했음을 강조했다. 그에 대해 여러 이야기도 했다. 예의가 아니다. 10년쯤 지나 회고록에나 쓸 일. "다른 당 후보로 당선된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발탁이 문제였나? 그분을 우리 편으로 했어야 했나?"고 했다. 상당한 오해를 부를 정치발언이다. "원래 내 사람이었으니 나를 건드린다면 배반"이라는 강한 암시로 들릴 수 있다.

그렇게 억울하면 평소에 잘할 일이다. 온갖 실정을 가슴에만 담지 않았다. 잘했다 우기며 떠나는 대통령의 경솔함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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