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이 전쟁 방지라는 사명에만 속박되지 않을 것"
열병식서 "핵무력 더욱 강화...이익 침탈 시 결행"
ICBM 화성-17 포함 SLBM·극초음속미사일 등 공개
인수위 "文정부 5년간 한반도 위협 수단 개발 입증"

북한이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건 90주년인 지난 25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연합
북한이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건 90주년인 지난 25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연합

북한 김정은이 핵 선제타격 야욕을 드러냈다. 핵무력 완성은 전쟁 억제뿐만이 아닌 선제타격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위협을 공공연히 떠벌린 셈이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 5년의 북한 비핵화 노력 역시 실패했다는 평가다.

북한은 25일 날조된 조선인민군 창건 90주년을 맞아 야간 열병식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은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어 있을 수는 없다"며 핵무기 사용의 문턱을 낮출 수 있다고 역설했다. 다만 전제 조건으로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우리 핵 무력은 의외의 자기의 둘째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정은은 선제타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우리 핵 무력의 기본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이 땅에서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의 핵이 전쟁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어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설정한 핵 무력의 기본 사명은 전쟁 억제에 있지만 근본 이익이 침탈될 경우에는 제2의 사명, 즉 핵 공격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날 김정은은 오후 10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실시된 열병식 본 행사에서 남측을 겨냥해 만든 전술유도미사일부터 미국본토 타격용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과 신형잠수함발사미사일(SLBM), 극초음속미사일, 신형전술유도무기 등 최근 개발했거나 시험발사한 종류별 핵투발 수단을 공개했다.

신형 SLBM은 지난해 1월 당대회 열병식 당시 처음 선보인 SLBM보다 탄두부가 커지고 길이가 1m가량 늘어난 모양이었다. 크기 등을 고려할 때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에서 건조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알려진 3000t급 잠수함 탑재용인 ‘북극성-5형ㅅ’의 개량형이거나 신형 SLBM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10월 북한이 잠수함에서 수중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미니 SLBM’도 등장했다. 미니 SLBM은 탄두부가 더 뾰족해졌다. 같은 SLBM도 사거리별 종류를 다변화해 실전배치가 임박했음을 과시한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북한이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건 90주년인 지난 25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연합

열병식 피날레는 ICBM인 화성-17형이 장식했다. 화성-17형은 2020년 10월 열병식에서 총 4기를 처음 선보인 이후로, 올해 들어서만 최소 3차례 성능시험 발사가 이뤄졌다. 마지막 세 번째 발사 때인 지난달 16일에는 공중 폭발로 실패했다. 북한 매체는 화성-17형을 소개하면서 ‘지난 3월24일’ 발사된 ICBM이라고 날짜를 강조했다. 당시 발사가 ‘기만선전’이었다고 평가절하한 남측 군 당국의 발표를 우회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26일, 김정은의 ‘핵 선제타격’ 발언에 대해 "5년간 ‘한반도 위협 수단을 몰두했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비판했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통의동 브리핑에서 입장문을 내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우리에게 엄중하고 현실적인 위협이 됐으므로 이를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고 이같이 말했다.

이어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한국형 3축 체계 능력을 조속히 완성해 나갈 것"이라면서 "군사적 초격차 기술과 무기체계 개발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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