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법한 절차 거치지 않고 방어권도 주지 않은 반인권적 사건”

한국전쟁 당시 기독교인들은 북한 공산군으로부터 박해를 당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 /전남 염산교회
한국전쟁 당시 기독교인들은 북한 공산군으로부터 박해를 당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 /전남 염산교회

6.25전쟁 당시 북한 인민군들이 퇴각 과정에서 저지른 기독교인들에 대한 집단 학살에 대해 정부가 공식적인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 26일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제23차 위원회를 열고 ‘한국전쟁 전후 기독교인 등 종교인 학살사건’에 대해 직권조사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검토보고서 문안 수정 등의 절차를 거쳐 다음 위원회에서 최종 의결할 방침이다. 진실화해위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 따라 출범한 기관으로, 6·25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 과거 권위주의 통치 시절의 인권침해 등을 조사하는 독립 조사기관이다.

진실화해위의 ‘직권조사’는 자체 조사를 의미한다.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가 많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경우 신청 여부와 상관없이 진실화해위 직권으로 자체 조사한다. 2020년 12월 출범한 2기 진실화해위의 직권조사는 이번이 세 번째다. 

진실화해위는 “한국전쟁 전후 인민군, 지방 좌익, 빨치산 등 적대세력에 의해 기독교가 광범위한 지역에서 탄압을 받고 희생됐다”며 “기독교 희생 사건은 역사적이며 전체적인 맥락에서 학살피해의 원인과 성격에 대한 정확한 진실을 위원회에서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전쟁 시기에 기독교인에 대한 광범위한 학살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방어권도 주지 않은 채 개인의 생명권이 박탈된 반인권적 사건”이라며 “진실규명이 필요한 중차대한 문제다. 적대 세력에 의한 다른 희생 사건에 비해 기독교 희생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은 미흡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진실화해위는 연구 용역을 통해 6.25전쟁 당시 희생된 개신교 1026명, 천주교 119명 등 총 1145명의 종교인 명단을 확보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50년 9월 충남 논산의 병촌교회에서는 기독교인 66명이 북한군에 의해 집단 학살됐다. 연구진은 당시 상황에 대해 “공산당원들이 ‘예수를 믿으면 다 죽이겠다’고 협박하며 삽과 몽둥이, 죽창 등으로 구타하고 구덩이에 파묻었다”며 “젖먹이를 가슴에 안고 죽은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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