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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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는 스탈린의 약탈과 히틀러의 침공을 겪었다. 1928년부터 1945년까지 무려 6백만-7백만 명이 희생되었다. 더욱 불행한 일은 2차대전 당시 소련군으로 징집당했던 우크라이나 병사 3백만 명이 추가로 전사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는 강대국 소련과 러시아를 거쳐가면서 거의 1천만 명의 국민을 잃었다. 이런 우크라이나의 비참한 역사는 남부도시 마리우풀을 목숨바쳐 기적처럼 지켜내고 있는 우크라이나 해병36연대 병사들의 심장에 녹아 있다.

구 소련 해체 후, 한 지방의 KGB중령이었던 푸틴이 어떻게 21세기 러시아의 짜르로 등극할 수 있었겠는가? 푸틴은 소련이란 제국의 소멸 이후 허탈해 하는 러시아인들을 대상으로 소위 종족적 민족주의와 제국주의를 결부시킨 팬슬라비즘 (Pan-Slavism)을 이용했다. 인구의 75% 이상이 러시아정교를 믿고 있는 순박한 러시아인들에게 러시아의 순결과 성스런 영혼을 짓밟는 외세를 몰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푸틴 스스로 영토 확장과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파시스트 짜르가 되었다.

예일대 역사학과 교수 티모시 스나이더는 저서 <가짜 민주주의가 온다>(The Road to Unfreedom·2019)에서 러시아가 민주주의로 가장한 신권위주의를 어떻게 부활시키는지 치밀하게 기록한다. 책에서 그는 민주주의 가면을 쓴 독재자가 새로운 형태의 도둑정치를 하고 있다고 푸틴을 비난한다. 그리고 가짜민주주의 권력은 기만과 사기, 언론조작을 통한 프로파간다, 화려한 이벤트 조작, 내로남불의 뻔뻔함, 합법을 가장한 폭력행위로 구축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 내용들은 문 정권 5년 동안 대한민국 국민들도 쉽게 접했던, 선택적 법 적용을 통한 대국민 심리적 급박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리고 그럴싸하게 정치와 경제를 분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중화민족주의를 앞세워 ‘소분홍’들로 제2의 문화혁명을 꿈꾸는 중국 시진핑의 본질과도 통한다. 러시아정교 대사제의 입을 통해 푸틴이 천년 전 키예프루스족의 영웅이었던 블라드미르의 환생이며 메시아라고 선전하는 것은 아마도 북한 김일성일가의 주체사상과 제일 근접한 것 같아 보인다.

푸틴, 시진핑, 김정은으로 연결되는 북방 3각 독재자들의 공통점은 가짜 민주주의를 앞세운, 가면을 쓴 독재자들이라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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