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의 위대한 사도 중 한 명인 바울 사도가 영적 아들이요 제자인 디모데에게 보낸 첫 번째 편지를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하나님의 뜻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약속대로 그리스도 예수의 사도 된 바울은 사랑하는 아들 디모데에게 편지하노니 하나님 아버지와 그리스도 예수 우리 주께로부터 은혜와 긍휼과 평강이 네게 있을지어다 나의 밤낮 간구하는 가운데 쉬지 않고 너를 생각하여 청결한 양심으로 조상적부터 섬겨 오는 하나님께 감사하고 네 눈물을 생각하여 너 보기를 원함은 내 기쁨이 가득하게 하려 함이니 이는 네 속에 거짓이 없는 믿음을 생각함이라 이 믿음은 먼저 네 외조모 로이스와 네 어머니 유니게 속에 있더니 네 속에도 있는 줄을 확신하노라.”

이는 디모데의 신앙이 외조모 로이스와 어머니 유니게를 통해 물려받았다는 의미다. 현대판 로이스와 유니게를 연상케하는 오정극 교수(69).

현재 수원대와 안양대에서 상담심리를 가르치며, 동시에 인천에 소재한 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센터장 김종택)에서 상담봉사를 하는 오 교수는 아주 소중한 보배를 소장하고 있다. 100년 가까이 된 신약성경이 그것이다.

일제 강점기였던 1926년 대영성서공회에서 발간된 신약성경을 외할머니와 어머니를 거쳐 자신에게까지 전달된 성경을 얼마 전 딸에게 물려줬다는 오 교수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5대째로 이어진 신약성경 전달이었다”고 입을 연 뒤 “국한문 통용으로 쓰여진 이 성경을 고조할아버지가 어떤 연유로 입수했는지는 잘 알지 못하지만 외할머니와 어머니를 거쳐 저에게까지 전달되었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그런데 신기한 것은 외할머니도 맏딸이었고 어머니도 맏딸이었으며 저 역시 맏딸이고 성경을 물려준 딸도 맏딸이다”며 “주로 맏딸을 통해 이 성경이 가보로 물려졌다”고 말했다. 이어 “성경에도 보면 믿음의 계승이 딸들을 통해 이뤄졌다. 신앙의 가문을 세우는 데 있어서 여자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보탰다.

그리고 “여자들이 자녀를 양육하면서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며 “엄마가 신앙의 중심을 잡고 자녀를 신앙으로 교육시키는 것이 너무 중요하다. 저희 할머니 때부터 이어지는 신앙의 계보를 봐도 그렇다”고 어필했다. 최근 딸에게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신약성경을 물려줬다는 오 교수에게 무슨 말을 하고 건넸느냐고 물었더니 “말 안 해도 너에게 주는 의미를 알겠지”라는 말을 했다고.

그리고 “사실 딸이 42세인데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아 성경이 자녀에게 계속 전달될지 걱정이다”며 딸에 대한 엄마로서의 심경을 내비친 오 교수는 “그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서다. 그래서 후손에게 이 성경을 물려주려면 네가 결혼을 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성경은 내가 주는 게 아니라 네 할머니가 갖고 계시다가 내 손을 거쳐서 너에게 주는 것이니까 너도 성경을 잘 보관하고 있다가 결혼해서 딸이 생기면 그 딸에게 건네주어라. 믿음을 잘 지켜서 자손들도 신앙생활 잘 할 수 있도록 키워야 한다”고 권면했다고 말했다.

“언제 이 성경을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50대에 어머니에게서 물려 받았다”고 대답한 오정극 교수는 “저희 교회 담임목사님이 우리 집안 상황을 잘 아셔서 로이스와 유니게 설교하실 때 많이 인용하셨다”며 활짝 웃었다.

“평양에서 살다가 6.25 전쟁 때 강화도에서 살았다. 강화도에 있는 온수교회에 출석했다”는 오 교수는 현재 인천에 거주하고 있지만, 서울 약수동에 소재한 남학감리교회(임정빈 목사)에서 명예장로로 섬기고 있다. 오 교수는 “나중에 필요하면 성경박물관에 이 성경을 기증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