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동식
주동식

지난 3월 9일 치러진 20대 대선 당시, 광주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왔던 운동원이 선거가 끝나고 고등학교 동문회에 갔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그는 이런 말들을 들어야 했다.

"내가 줄리 홀복(hall服)을 빨간색 파란색 한 벌씩 만들어 보낼란다." "윤석열이 죽기 전에는 내가 수염도 안 깎을란다." 이 선거운동원은 "실제 실행도 못할 것인디 말만 그렇게 하믄 뭐한다요?" 이렇게 맞받아쳤다고 한다.

비슷한 일은 또 있다.윤석열 광주선대위에서 활동했던 대학생은 윤석열 선거 운동을 했다는 소문이 학교에 퍼지면서 왕따 신세가 됐다. 같은 과 안에서 아무도 과제를 같이 하려고 하지 않아 완전히 혼자서 자료 찾고 리포트를 작성해야 했다. 고립된 섬 같은 처지로, 심지어 서클에서조차 탈퇴했다고 한다.

이런 사례들이 보여주듯이 지금 민주당은 이성을 잃었다. 평범한 지지자뿐만이 아니다. 이 나라의 법질서를 상징하는 법무장관도 예외가 아니다. 국회 법사위에서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검수완박’을 서두르는 민주당에 대해 "문재명(문재인+이재명) 비리 덮기"라고 지적하자 박범계 장관은 "검찰이 문 대통령을 수사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냐"며 반박하고 나섰다.

대통령도 임기 중 범법 행위를 했다면 임기 이후에 형사소추의 대상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박 장관의 발언은 마치 문재인이 신성불가침의 절대군주라도 되는 것 같은 표현이다. 이 나라의 법치나 민주공화국이라는 국가 정체성이 유지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민주당의 막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소위 ‘개딸’들의 행각이다. 처녀귀신과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하는 가오나시 분장을 하고 ‘나는 굥굥굥(윤 당선인의 성을 뒤집어 읽은 것) 잡아먹는 용산귀신이다’ ‘나는 줄리 잡아먹는 용산귀신이다’는 현수막을 들고 설친다.

대선이 끝나면 승자와 패자가 당연히 다툼을 멈추고 새 정부가 국정을 준비할 여유를 갖던 허니문 기간도 사라졌다. 주권자 국민이 선택한 당선인에 대한 존중도 찾아볼 수 없다. 사실상의 대선 불복이나 마찬가지다. 이 정도면 이 나라는 총칼만 들지 않았지 거의 준 내전 상태에 진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당의 이런 행태의 핵심에는 ‘검수완박’이 자리잡고 있다.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해 자신들이 지난 5년 동안 합법과 탈법의 경계를 거침없이 넘나들며 저질러온 국정농단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피하려는 것이다. "검수완박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문재인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에 갈 수 있다"는 발언이 민주당의 이런 사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현재 진행중인 이런 난맥상의 근저에는 보다 본질적인 민주당의 정체성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즉, 민주당은 주사파 출신을 중심으로 사실상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헌정질서 자체를 부인하는 수준으로 나아간 것이라고 봐야 한다. 반(反) 대한민국 세력이 총체적으로 결집한 결과물이 민주당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이들에게는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치 질서에 대한 존중도 두려움도 없다. 자신들의 정치적 패배와 대한민국의 몰락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권리가 주어진다면 이들은 서슴없이 후자를 선택할 집단이라고 봐야 한다.

‘검수완박’은 민주당이 저지른 범죄 행위를 덮어주는 방패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이 민생에 대한 위협이다. 자기를 보호할 권력이나 전문지식을 갖지 못한 서민층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도 이 사실을 모르지는 않는다. 다만 거기에 전혀 구애받지 않을 따름이다.

‘검수완박’이 갖는 유일한 긍정성이라면 오랜 세월 ‘민주’라는 이름을 참칭해온 이들 정치세력의 본질이 더 이상 감출 수 없게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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