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문학상 황인찬 시인, 첫 산문집 '읽는 슬픔…' 발간

시인 황인찬의 첫 산문집 <읽는 슬픔, 말하는 사랑> 표지. /교보문고

"시는 혼잣말이 아닙니다. 혼잣말인 척하면서 타인에게 말을 거는 행위이죠. 부끄러움을 숨기고, 어쩐지 조금 더 용기를 내서 말할 수 있는 방식이 아마 시일 거예요."

김수영문학상·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독자의 폭넓은 사랑을 받아온 황인찬 시인의 <읽는 슬픔, 말하는 사랑>(안온북스)이 나왔다. 시를 향한 그의 첫 산문집이다. 일종의 ‘시화집’인 셈이다. 마흔아홉 편의 시를 친절한 목소리로 읽어주고, 세심한 태도로 (시 속에)수많은 슬픔을 헤아린다.

‘시를 통해 타인과 깊게 만나길 바란다’는 게 황인찬 시인의 소망이다. 그가 매일 시를 쓰는 의미이자, 이번에 산문집으로 독자를 만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의 제목인 ‘읽는 슬픔, 말하는 사랑’은 시가 우리 삶에서 작동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타인의 시를 읽으며 우리의 삶을 말하는 것, 당신의 삶을 짐작하며 서로의 존재에 다가서는 것, 그리하여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그렇게 시를 통해 우리는 성장한다.

이번 산문집 역시 그가 시에 대해 고민하고 사유한 흔적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의 셈세한 렌즈를 통해 들여다보면, 이미 아는 시인데도 새롭게 읽힌다. 신선한 감동과 깨달음으로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것이다.

시에는 혼자이기에 슬픈 사람이 있고, 당신의 마음을 알 수 없어 슬픈 청춘이 있다. 너무 늦어 꼭 전해야 했을 말을 속으로만 삼킨 경우가 있고, 그 말들을 혼자 되뇌며 후회하는 존재가 있다. 황 시인은 시를 읽음으로써 그들의 슬픔을 읽는다.

윤동주의 시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며 슬퍼하는 선한 예민함"을 전하고, 홍사용의 시에서 "타인이 울 때 나도 같은 이유로 울고 있음"을 말한다. 시를 통해 함께 읽고 함께 생각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