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일명 ‘3%룰’ 도입 1년을 맞아 재계와 법조계가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0년 12월 9일 3%룰이 포함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국회 본회의 모습. /연합

우리나라에는 세계에서 유일한 기업 규제 법안이 하나 있다. 이른바 ‘3%룰’로 불리는 상법상의 주주 의결권 제한 제도가 그것이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같은 달 29일 공포·시행된 개정 상법에 담긴 3%룰의 도입 1년을 맞아 재계와 법조계는 부당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3%룰은 자산총액 2조원 미만의 상장사가 상근 감사나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소유한 주식을 합해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한 규정이다.

또한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와 비상장사 대주주의 경우에는 주주 1명당 개별적으로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전자를 ‘합산 3%룰’, 후자를 ‘개별 3%룰’이라 칭한다.

재계와 법조계는 이 같은 3%룰을 자유시장 경제질서를 저해하는 대표적 독소 조항으로 꼽는다. 대주주 전횡 방지라는 입법 취지와 달리 경영의 자율성을 심각히 저해하고, 대주주를 잠재적 범죄자로 예단해 당연한 권리인 의결권 행사를 지나치게 막는다는 이유에서다. 주식 수에 맞춰 주주권을 배분하는 주식회사 제도의 근간을 훼손하는 과잉 입법이라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 합산 3%룰에 따라 현재는 지분 30%의 최대주주가 지분 10%를 가진 주주와의 감사위원 선임 표 대결에서 패할 수 있다. 개별 3%룰 또한 ‘지분 쪼개기’라는 꼼수로 악의적 경영권 침해가 가능하다. 최대주주가 2명의 특수관계인과 함께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의결권은 총 9%로 제한되는 반면 지분 15%의 주주가 친분이 있는 4명에게 자신의 지분을 3%씩 나눠주는 방식으로 15%의 의결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가능성이 아니다. 한국앤컴퍼니의 올 3월 주주총회에서 조현식 부회장(지분율 19.32%)이 조현범 사장(지분율 42.90%)을 누르고 감사위원 1명을 이사회에 진입시켰다. 또 KMH는 2대 주주인 사모펀드 키스톤PE가 보유 지분 25.06%를 6개로 쪼개 18%의 의결권을 행사하려 하자 감사 선임 안건 자체를 철회하기도 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룰은 선진국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유일무이한 규제"라면서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맞지 않은 규제의 강화는 자해행위"고 말했다.전면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위헌의 소지도 크다고 본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3%룰은 사유재산의 재산권 행사를 막는 규제이자 헌법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애당초 잘못된 법안인 만큼 폐지 외에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3%룰이 감사위원 중 최소 1명을 이사와 별도 선출토록 한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와 맞물려 기업의 경영권 방어에 큰 위협이 된다는 사실이다. 감사위원은 기업의 내부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 헤지펀드나 투기성 해외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같은 경영권 공격에 무방비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감사위원 한 두 명 정도야 어떻겠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경영에 딴죽을 걸거나 부당한 간섭, 기술 유출, 과도한 배당 확대 요구 등 다양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기업은 효율적 경영권 방어 수단마저 전무하다. 이에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7일 기업법제 선진화의 일환으로 상법에서 회사편 부분을 독립시킨 ‘모범회사법’을 제안했다. 해외 투기세력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큰 3%룰 폐지를 비롯해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 필) 도입, 차등 의결권 허용, 다중대표 소송 완화 등이 핵심 골자다. 신주인수선택권은 적대적 M&A를 방어하기 위해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싼 가격으로 지분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앞서 한국상장회사협의회도 지난 10월말 3%룰이 헤지펀드의 영향력을 필요 이상 키운다는 이유를 들며 폐지를 차기 대선 공약으로 건의했다. 이달 1일에는 주요 7개국과 비교해 3%룰이 가진 규제 강도가 과도하게 엄격하다는 내용의 연구용역도 발표했다.

전경련 고위 관계자는 "상법 개정이 지난해 연말 이뤄지면서 올 3월 주총에서는 3%룰을 악용한 경영권 공격 사례가 많지 않아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면서 "하지만 내년 주총은 다르다"고 말했다. 충분한 준비시간을 가진 투기세력에 의한 국내 기업의 피해 예방을 위해 3%룰 폐지 논의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